지난 2018년 5월 10일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이 석방됐습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벽 2시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찾아 직접 맞이했습니다.
이 장면은 백악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생중계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왔습니다.
■ 총리 방문 이틀 전에 풀려난 ‘한국 케미호’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월 초 우리 선박 ‘한국 케미호’를 억류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환경오염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 때문에 억류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이란은 2월 초 선원들을 일부 석방했지만, 선박과 한국인 선장에 대한 억류는 계속되면서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였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방문에 이어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설득 작업에 나섰고, 이란의 유엔분담금 납부는 물론 동결자금 문제에 성의를 보이면서 조금씩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좀더 확실한 한국의 태도를 원했고, 코로나 방역에 바쁜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이란의 마음을 돌렸습니다.
총리실은 이란 방문을 앞두고 내심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정 총리가 이란을 방문해 억류된 한국 선박과 선장의 석방을 이끌어낸다면 대권주자로서 정 총리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 총리의 방문 이틀 전인 9일 이란 정부가 느닷없이 한국 케미호와 선장의 억류를 해제한다고 밝히면서, 정 총리의 이란 방문은 김빠진 맥주가 됐습니다.
■ 홍보 기회 포기한 총리
이란은 한국 케미호가 과거 환경오염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사법절차에 들어가기 직전 선사와 이란 항만청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사실 이란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정 총리가 이란에 도착하는 시점까지 이틀을 기다려 석방 조치를 취할 생각이었습니다.
이같은 내용을 알게 된 정 총리는 이란 정부에 고소를 취하한 즉시 한국 케미호와 선박을 석방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자신의 이란 방문까지 기다릴 필요 없으며,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이란을 방문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결국 95일 만에 풀려났습니다.
한 외통위 의원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좋은 홍보기회를 왜 놓쳤냐고 지적하자, 정 총리는 미국과 이란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틀씩이나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교롭게 이란은 11일 중부지방 나탄즈 핵시설이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공격을 받았습니다. 곧바로 13일 우라늄 농축 농도를 현재의 20%에서 60%로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중동의 긴장감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사임 의사를 밝히고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정 총리.
홍보 대신 한국인 선장의 석방을 선택하면서, 앙꼬가 빠진 이란 출장은 언론의 관심에서 제외됐고. 정 총리의 귀국길은 생중계는 커녕 아무런
[ 정창원 MBN 정치부장 / oaktoncharly@gmail.com ]
◆ 정창원 기자는?
=>현재 정치부 데스크.
1996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8년 10월부터 정치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