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 무너진 공공개발 (下) ◆
↑ 21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투기 의혹` 농지에 담장이 쳐져 있다. 지목이 `논(畓)`인 이 3개 필지는 2018년 당시 27세였던 인물이 총 13억원 이상을 주고 매입했다. 내부에는 비닐하우스 한 동 외 농사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가 지난 18~19일 경기 시흥과 고양을 찾은 결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17일 투기 의혹을 제기한 과림동 농지 다수가 농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외부인 출입을 엄금하고 있었다. 3년 전 20대가 13억원 넘게 주고 산 농지는 공사 현장처럼 거대한 철제 펜스에 둘러싸인 상태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시흥시로 주소지가 등록돼 있는 고 모씨(30)는 2018년 당시 나이 27세 때 과림동의 논(畓) 3개 필지 총 5496㎡를 13억7450만원 이상을 주고 매입했다.
해당 필지를 방문한 결과 세 개의 필지는 2.5m가량의 철제 펜스가 둘러쳐져 있어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했다. 주변에는 철재 고물상이 많아 공기는 퀴퀴한 편이었다. 울타리 내부를 확인한 결과 'ㄱ' 자 모양의 비닐하우스 한 동이 설치돼 있었고 대부분의 토지에서 농사짓는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위성지도에 따르면 이 필지는 2018년까지만 해도 울타리와 비닐하우스가 없었다. 고씨의 주소로 등록된 시흥시의 한 아파트는 김 모씨(57)의 소유이고, 한 통신판매업 업체가 이 주소로 영업을 하다 2016년 이전 폐업한 기록이 남아 있다. 경남 김해에 사는 김 모씨(42)가 2019년 6월 1억5000만원을 주고 산 460㎡ '밭(田)'은 농사가 이뤄지지 않는 자갈밭으로 방치돼 있었다. 해당 용지는 인근 유통업체 사무실과 접해 주변 공장 직원 등이 차를 대는 주차장처럼 쓰이고 있었다. 인근에서 농사짓는 한 주민은 "이곳은 공시지가가 높아서 농사로는 세금을 내기 버거워 땅을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의 용지와 접한 유통업체의 직원은 해당 땅이 자신의 회사 소유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에 사는 이 모씨(38) 등 서산 주민 4명과 서울 강남 주민 1명이 지난해 7월 총 12억2000만원에 산 과림동 279㎡도 장방형으로 높은 철제 펜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다만 이 땅의 지목은 대지이고 1종 일반주거지역이라 그린벨트 내 농지들보다 가격이 높을 수는 있다. 이상한 것은 이 땅의 전 주인 이 모씨(58)다. 이씨는 2018년 1월 이 땅을 11억원에 사들였는데 2년 만에 이를 되팔면서 1억20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기획부동산의 '쪼개기 판매' 수법과 비슷하다.
이씨의 거주지로 등록돼 있는 곳도 일반적인 주거지가 아니었다. 이씨의 주소는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의 한 필지로 기록돼 있는데,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해당 필지는 국가 소유의 '구거(인공수로와 그 용지)'였다. 강매동 해당 필지를 방문한 결과 이곳에는 비닐하우스만 몇 채가 있었다. 이곳 비닐하우스에는 조립식 주택 설비가 돼 있었는데, 방문 당시 주민 몇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이씨는 모른다고 했다. 인근 주민은 "해당 비닐하우스는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17일 민변·참여연대 기자회견에서 "(과림동 농지 일대 방문 결과) 펜스로 막고 'CCTV 감시 중'이라고 표시해 놓는 등 외부 출입을 엄금하는 형태로 돼 있었다"며 "농사짓는 땅을 이렇게까지 할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