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가장 확실한 복지인 일자리가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고용에 관한 한 깊고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숙박 음식점업, 도소매업, 관광업 등 대면 서비스 일자리는 작년 2월 이후 초토화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종은 워낙 타격이 큰데다 산업구조 전환기와 맞물려 코로나가 지나간 이후에도 정상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합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디딜 연령대인 20대는 물론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30대와 40대의 고용이 무너지면서 이들의 생활 기반 붕괴와 소비 토대 잠식, 경제활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통계청이 어제(10일) 발표한 1월 고용 성적표는 20여 년 전의 외환위기 이후 최악입니다. 작년 1월에 취업자가 많이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요인 등을 감안해도 충격적입니다.
취업자는 1년 전과 비교해 100만 명에 육박하는 98만2천 명 줄었습니다. 실업자는 157만 명으로 41만7천 명 증가했습니다.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6%포인트 치솟은 5.7%를 기록했습니다. 실업률 5.7%는 1월 기준으로는 지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고용의 질도 나빠졌습니다.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7.5%인 158만9천 명이 감소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6만2천 명(5.1%) 증가했습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줄었지만, 왕성하게 생산과 소비활동을 해야 할 20대와 30대, 40대의 일자리 감소가 뼈아픕니다. 20대는 1년 전에 비해 25만5천 명, 30대는 27만3천 명, 40대는 17만 명 줄어 20∼40대에서만 약 70만 명 정도 일자리가 증발했습니다. 20대는 작년 1월 이후, 30대는 작년 2월 이후 일자리 감소 폭이 커지는 흐름이고 40대는 최근 5년째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 경제의 허리층이 취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 패턴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급격히 바뀌고, 디지털 혁명 등 기술 혁신으로 산업과 고용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흐름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행업계와 항공운송업계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그동안 무급 휴직, 일시 휴직으로 버티던 근로자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면서 취업자 감소 폭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30대와 40대가 실업을 당하면 곧바로 가족 전체의 경제적 곤궁으로 연결된다"면서 "이들은 소비성향이 가장 높은 연령대이기도 해 내수가 살아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일자리가 연초 경제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해 고용유지 및 직접 일자리 제공, 고용시장 밖 계층에 대한 보호 강화, 민간부문 일자리 촉진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1분기 중 재정 일자리 90만 개+α를 만들어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상반기 채용인원을 확대하고 체험형 인턴 4천300명도 신속히 채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취업 사다리를 놓고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재정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처방이며 근본적 처방은 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일자리는 민간 기업이 만들어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는 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부의 규제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입법을 한시적으로 미루거나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유보할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한 시기에는 특단의 조치도 있어야 한다"면서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인 만큼 고용에 도움이 된다면
김정식 교수는 "정부가 각종 규제 개선 등을 통해 친기업 정책을 쓸 수 있도록 기업들 자신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노력을 다하는 등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