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놓고 공세 수위를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오늘(6일) 논평에서 "거짓말쟁이 대법원장, 정권지킴이 대법원장, 직권남용 대법원장, 로비스트 대법원장이란 수식어가 붙었다"며 "더 이상 사법부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한 답은 사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와의 독대에서 '탄핵'을 거론한 점을 꼬집어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충견으로, 나팔수로 빙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임 부장판사 측이 녹취록을 공개한 당일 '탄핵 거래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김기현 의원 등 조사단 소속 5명은 어제(5일)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고 김 대법원장을 만나 직접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도 시작했는데, 다음 주 월요일(8일)에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바톤을 이어받기로 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에서 '법복만 걸친 정치꾼', '무(無)법원장'이라고 날을 세우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이처럼 야당이 전방위 압박에 나선 데는 사안 자체가 중대하기도 하거니와,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의 인사 책임론이 강하게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2월 임시국회 개회 직전에 터진 '북한 원전 추진설' 의혹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다지만, 사실이 알려진 초반에 비해 동력은 많이 약해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적행위'라며 날을 세웠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낡은 북풍공작'으로 맞불을 놓고 정면 돌파에 나선 데다, 산자부가 문건 공개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일부 의혹이 소명됐기 때문입니다.
↑ 산업부가 공개한 '북 원전 추진 검토'가 담긴 문건들 / 사진 = 산업부 |
정의용·윤건영 등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남북미 대화 채널에 깊숙이 관여한 책임자들이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도 유효했습니다.
이후 김 위원장이 부산 민심을 노리고 '한일 해저터널'을 야심차게 꺼냈으나 여론은 물론 당 내에서조차 호응을 얻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사법부 수장의 '정치적 발언'과 '거짓 해명'은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가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여당 입장에선 어떻게 대응하는 게 최선일까요.
임 부장판사의 녹취록이 나온 바로 다음 날, 여당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 발언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촉구하면서 "(재정당국의) 발상의 전환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보편·선별지급 병행 검토에 반대를 표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압박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강도높은 '훈수'도 있었습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홍 부총리가) 표현을 절제했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재부의 실무판단만이 옳다는 자기 확신을 절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의 경제수장이 당정 회의라는 회의체를 무시하고 공개적으로 SNS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세련되지도, 정무적이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의 '홍남기 저격'은 설 연휴 이후 추경 논의에 착수해 빠르면 다음 달, 늦어도 재보궐 선거 전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하겠단 '의지'이기도 합니다.
김 대법원장을 둘러싼 야당 공격을 법관탄핵의 정당성을 흔들려는 물타기로 규정, 대응을 자제하고 집권여당으로서 '민생 챙기기' 행보를 이어가겠단 의도입니다.
실제로 이날 최고위에서 김 대법원장과 관련한 여당 지도부의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다만, 김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가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사법부 신뢰 문제를 둘러싼 국민 여론을 감안했을 때 여당이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를 계속 모르쇠할 순 없을 거란 예상이 나옵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오늘 현안 브리핑에서 "(임 부장판사의) 녹취라는 비인격적 꼼수가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탄핵의 명분을 이길 수 없다"면서도, "김 대법원장의 언행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에게도 자체적인 사법개혁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그간 임 부장판사의 녹취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 집중 비판했던 것과 달리 김 대법원장에게 일종의 책임을 물으면서 사태를 매듭지으라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 박유영 디지털뉴스부 기자 / shin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