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27일 금융위 정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은행권의 배당성향(중간배당·자사주 매입 포함)을 20% 이내로 한다는 것이 권고안의 핵심이다. 국내 은행 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예외다.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배당성향은 연간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주주들에게 그만큼 많이 돌려주는 것으로, 대표적 주주 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현 정부가 기업 이익을 사회적으로 함께 나눠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지만 2019년까지 금융사는 예외였다. 금융지주 주인이 사실상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연평균 배당성향은 2017년 23.7%에서 2019년 26.1%로 계속 상승했다.
결국 이날 금융당국 권고대로라면 올해 금융지주들은 1년 새 배당성향을 6%포인트 이상 낮춰야 하는 셈이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의 작년 4대 금융지주 순이익 추정치와 금융당국 권고(배당성향 20%)를 적용하면 이들 지주는 작년 실적에 대한 배당금이 올해 총 2조2131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작년 배당금(2조8640억원)보다 6509억원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주주 몫인 배당을 크게 줄이라는 권고에 대해 금융지주들은 하나같이 난감함을 표했다.
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사전에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자율 경영 사항인 배당까지 당국에서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가정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배당 축소 권고가 금융기관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스트레스 테스트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2021년 마이너스 성장에서 2022년 회복하는 U자형과 2022년에도 제로 성장을 기록하는 L자형으로 나눠 적용됐다. L자형은 상당수 은행이 당국이 정한 최소 건전성 지표를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한다면 일부 은행의 자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위기보다 올해 이후 국내 경기가 더 나쁠 것을 가정하고 이에 맞춰 금융지주가 부실해질 수 있으니 배당을 줄이라는 논리로는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원섭 기자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