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이후 또 다른 정인이를 막겠다면 대책이 나왔지만, 대부분 가해자 처벌과 아동 보호 등 신고 이후의 대책이죠.
하지만, 학대 신고와 입양 전후의 문제점이 더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어떤 문제인지, 포커스M에서 김민수·정태웅 기자가 연속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전북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11월 아동학대 의심신고 접수를 받고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4살 아이의 왼쪽 눈에 예사롭지 않은 멍 자국이 발견되자 진찰했던 의사 A 씨가 경찰에 신고해 진상 파악이 이뤄진 겁니다.
순창경찰서는 '무혐의'로 결론냈지만, 조사 과정에서 신고자 신원이 노출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A 씨는 신고했던 당일 아이 아버지에게 두 시간 넘게 폭언과 욕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 인터뷰(☎) : 피해 의사
- "아이를 위해 신고를 했는데 이런 살면서 받아보지 못한 위협을 처음 겪게 돼서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보는 행위가 불안하고 힘들어지는 상태까지…."
순창경찰서는 뒤늦게 신변보호 조치를 했지만, A 씨는 충격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의심신고자 대부분이 교사들인데, 사실상 신고에 따른 보복에 무방비로 놓여 있습니다.
한 교사단체 설문조사 결과, 학대 의심이 돼 실제 신고를 한 교사는 19%에 불과했고,
70%가 넘는 교사들이 신고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 인터뷰(☎) : 이상우 / 실천교육교사모임 교권팀장
- "교사도 두려워하는 거죠. 찾아와서 삿대질하는 사람도 있고, 수업시간에 문 열고 와서 그러는 학부모도 있거든요."
▶ 인터뷰 : 고우현 /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매니저
-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충분히 신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갖춰야지 아동학대 신고를 활성화할 수 있고…."
▶ 스탠딩 : 김민수 / 기자
-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망 사건의 3차례 학대 의심신고 가운데는, 정인이 양모가 신고자를 찾아내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기자 】
▶ 스탠딩 : 정태웅 / 기자
- "정인이 사건 이후로 민간기관에 의해 이뤄지는 입양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도 이어지고 있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입양 전 교육과 사후관리 실태, 입양가족들을 만나 실제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세 아이를 입양한 이설아 씨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이설아 / 세 자녀 입양 부모
- "1년 동안 만나고 가족이 됐는데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이한테 제가 아직 부모로 새겨지지 않고, 저도 아직 아이가 낯설잖아요."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 입양 가족들의 조언도 들었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 인터뷰 : 이설아 / 세 자녀 입양 부모
- "부모로서 자괴감을 많이 느끼죠. "입양은 행복이다, 사랑이다, 축복이다" 이런 얘기가 전반적으로 있다 보니 나만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이 씨처럼 입양 초기 어려움이 많은데도 상담할 곳이 마땅치 않은 건 사후관리가 부실한 탓입니다.
입양 후 1년간 입양기관이 하도록 돼 있지만, 정인이 사건에서 보듯 형식적인 관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정온주 / 두 자녀 입양 부모
- "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건강상태는 어떤지 물어보는 정도이지, 아이 양육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한 상담이나 지원에 대한 부분들은 (없어요)."
예비부모가 되는 입양 이전 단계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입양 준비 과정에서 30시간 가까운 훈련 등 체계적인 교육을 거치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앉아서 8시간 강의를 듣는 과정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그래서 입양 관리를 공공부분에서 도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 인터뷰 : 노혜련 /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대처를 미리 교육받고 준비해도 어려운 게 입양이거든요. 기관의 이익을 추구하는 성질을 가지는 민간에서 하기보다는 그것과 자유로운 공공에서 일을 맡아서 할 필요가…."
정인이 입양을 맡았던 홀트아동복지회도 최근 사과문을 통해 아동중심의 입양체계와 사후관리 개선을 약속한 상황,
입양 부모의 검증과 함께 체계적인 입양 전후 관리 시스템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포커스M 이었습니다. [bigbear@mbn.co.kr]
영상취재 : 김병문 기자, 라웅비 기자,
정지훈 VJ, 이형준 VJ
영상편집 : 송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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