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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K방역' 역사를 쓰다

기사입력 2021-01-27 18:52


드라이브 스루에서 영감을 받아 드라이브 선별진료소가 등장했다. [사진 출처=고양시청, 버거킹, 위키미디어]
↑ 드라이브 스루에서 영감을 받아 드라이브 선별진료소가 등장했다. [사진 출처=고양시청, 버거킹, 위키미디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2020년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로 만들었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는 지난해 1월20일 발생했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2~3월 대구·경북 지역 중심의 '1차 대유행'이 확산되면서 코로나19는 공포가 됐다. 잠잠해지다 8~9월 수도권 중심으로 '2차 대유행', 11월 중순부터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평범한 일상을 파괴했다. 잠잠해질만하면 터지는 집단감염도 예나지금이나 복병이 됐다.
코로나19가 확산 기미를 보이거나 집단감염이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해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방역 시스템이 있다. 차량 이동형 선별진료소라 부르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다.
벌써 1년째다. 지난해 2월23일 경북 칠곡 경북대 병원에서 첫 도입된 뒤 고양시, 세종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잇달아 도입했다.
지난해 2월26일부터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한 영남대병원은 지난해 12월말 2만건의 넘는 검사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날 '안심카 선별진료소'라는 이름으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소를 설치한 고양시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7649건을 검사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검사 건수는 하루 7만건에 달하는 전체 검사 건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위상까지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방역 시스템이 온전히 갖춰지기 전 감염 위염을 차단하면서 신속하게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역할을 1년 동안 맡아왔기 때문이다.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도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올 들어서도 방역 시스템이 부족한 곳이나 방역 능력을 초과하는 감염이 터진 곳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등장, 감염 확산 차단에 기여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세계 히트 방역 시스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의 장점은 감염 위험 차단과 신속한 검사다. 검사 대상자는 독립공간인 차량 안에 머문 상태에서 체온 측정, 검체 채취 등을 받는다. 감염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검사 시간은 5~10분 정도다. 30분 정도 걸리던 검사 시간을 3분의 1수준으로 단축시킨다. 검사 대상자와 의료진 접촉을 최소화한다. 방호복과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을 아껴준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다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2월말 코로나19가 팬데믹 조짐을 보일 때 세계적인 방역 모범 사례로 찬사받았다.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된 셈이다.
영국 BBC 특파원인 로라 비커 기자는 지난해 2월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새로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코로나19 검사시설"이라며 "현명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자리잡게 했다"고 감탄하는 글을 올렸다.
독일 언론 슈피겔은 "한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코로나19 준비가 잘 돼 있던 나라"라며 "드라이브 스루 검사법은 여타 방법들보다 안전하고 빠르다"고 평가했다.
미국 CNN도 "피검자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이 잠재적인 감염자와 접촉하는 것도 막아준다"며 "이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의 본보기"라고 보도했다.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덴마크, 호주 등으로 전파됐다.
안심카 선별진료소 [사진 출처=고양시]
↑ 안심카 선별진료소 [사진 출처=고양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한국식 'K방역' 성공사례로 여겨졌다. 반대급부로 일각에서는 '한국식'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미국에서 유래했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한국이 모방한 것뿐인데 '한국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맹목적 애국주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식인데 한국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는 '정치적 비난'도 나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국제 표준이 됐다. 표준 운영절차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신규 작업표준안으로 채택된 게 이를 증명한다.
외국인들도 코로나19 대응 우수정책으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와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를 꼽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30일부터 12월9일까지 서울시 6개 언어 외국어 홈페이지에서 96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투표 결과다. 드라이브·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는 14.2%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드라이브 스루- 미국에서 태어날 운명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있게 만든 드라이브 스루는 원래 미국 태생이다. 1930년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문을 연 그랜드 내셔널 은행이 드라이브 스루 원조로 여겨진다.
운전자는 차에 탄 채로 은행 창문을 통해 입금할 수 있었다. 방범창으로 막혀 있는 전당포 창문과 비슷한 개념이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 강도를 막기 위해 은행이나 전당포에서 창문을 통해 거래하던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드라이브 스루가 확산된 계기는 뉴딜정책, 미국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햄버거가 마련했다.
뉴딜정책은 1929년 발발한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1930년대 전개됐다. 핵심은 도로, 항만, 철도, 댐 등을 건설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뉴딜정책을 통해 대륙횡단도로가 만들어졌다. 드라이브 스루는 대륙횡단도로 '루트66' 주변에 있던 햄버거 식당 '레드의 자이언트 햄버그'에서 시작됐다.
1947년 식당 주인 부부는 루트66 이용자들에게 음식을 더 빨리 제공하기 위해 현재와 비슷한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선보였다.
운전자가 차에 탄 채 식당 입구에서 마이크를 통해 주문하면 부인이 주방에서 햄버거를 만든다. 운전자가 차를 몰아 계산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남편이 돈을 받고 햄버거를 제공한다.
이 식당이 유명해지면서 드라이브 스루도 주목받았다.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등으로 확대됐다. 덩달아 햄버거도 대중화됐다.
국내에서는 1992년 맥도날드 부산해운대점에서 처음 드라이브 스루가 시도됐다. 국내에서 1990년대 도로 정체구간에서 벌어진 뻥튀기·쥐포·냉커피·호두과자 판매도 넓은 의미에서는 드라이브 스루에 해당한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 [사진 출처=버거킹]
↑ 드라이브 스루 매장 [사진 출처=버거킹]

국적 논란-고려청자에 정답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우리 것이 아니라고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 유산 고려청자가 중국 청자 영향을 받았다고 그 가치를 잃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말로 '짝퉁'이라며 고려청자를 무시했던 당시 중국인들도 나중에는 '천하제일'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반대 사례도 있다. 금속활자다. 고려는 서양에 앞서 '세계 최초' 금속활자를 선보였다.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직지심체요절)'는 독일인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인쇄한 성서보다 80년 가까이 빠른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다.
아쉽게도 '세계 최고(最高)'는 아니다.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력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컸다.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인쇄술을 통해 성서가 보급됐다. 성서는 유럽에서 기독교 전파에 기여했다.
종교 타락의 상징인 '면죄부'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데도 쓰였지만 반대로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금속활자 인쇄술은 유럽에서 '정보의 대중화'와 '정보의 대홍수'를 일으켰다. 문명의 중심을 동양에서 서양으로 옮겼다.
누가 아이디어를 처음 냈고 누가 발명·발견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쓰임'이다.
누구를 위해 언제 어떻게 왜 사용하느냐에 따라 존재 가치가 달라진다. 또 쓰임을 통해 단순 모방 수준에서 창조로 진화한다.
드라이브 스루도 어느 나라 누가 먼저 선보였냐보다는 현재 어떻게 사용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생명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소중한 쓰임'이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생명을 지키고 살리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신차 발표 장면 [사진 출처=BMW]
↑ 드라이브 스루 신차 발표 장면 [사진 출처=BMW]

일상 돌려준 드라이브스 스루는 현재 진화중


드라이브 스루는 방역 최전선에 활약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에 최적화된 방식이기에 일상생활에도 더 깊숙이 들어왔다.
음식 구입을 넘어 도서 대출, 장난감 대여, 수능 성적표 배표 등에도 드라이브 스루가 도입됐다. 평범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다시 맛보게 해줬다.
자동차분야에서도 신차 발표, 고객 이벤트 등에 드라이브 스루가 사용됐다. BMW그룹은 지난해 5월27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신차 발표회'를 개최했다.
뉴 5시리즈와 뉴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 공개 행사다.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신차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BMW그룹 본사에서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방역 강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에 경의도 표했다. 피터 노타 BMW 브랜드 및 세일즈 애프터세일즈 총괄은 "이번 신차 발표회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이 취한 결정적이고 포괄적인 조치 덕분"이라며 "국민 건강과 지구촌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한국의 모범적인 대응과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는 자동차 커넥티드 카 시스템에도 영향을 줬다. 현대차·기아차는 차량 내 간편 결제 시스템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했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유비, 충전비, 주차비, 음식값 등을 결제할 수 있는 '카페이' 시스템이다. 자동차가 자동결제 수단이 된다.
드라이브 스루는 코로나19로 더 커진 '언택트 세상'에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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