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가운데 가장 춥다는 절기상 '대한'도 어제 지나고, 바야흐로 겨울도 정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추위도 추위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계절인 올겨울이었습니다.
오늘 포커스 M은 싯구에서 '강철도 된 무지개'로도 표현되는 겨울을 잊고 또 깨우며 일하는 사람들을 강세현, 강진우 기자가 만났습니다.
【 기자 】
자정을 넘긴 도시의 겨울.
쇠 부딪히는 소리와 플래시 불빛, 열차 관리원들의 눈빛이 적막한 겨울밤을 녹입니다.
전국을 누비는 KTX 열차 안전을 위해서라면 시간도, 강추위도 장애물이 되지 않습니다.
- "바퀴 쪽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어요."
열차에 붙은 눈이 녹아 떨어지면 몸이 젖기 일쑤지만, 안전을 지키는 제동장치를 교체할 땐 추위도 저만치 갑니다.
▶ 인터뷰 : 전우칠 / 선임차량관리장
- "2, 3시까지 작업이 계속 이어집니다. 새벽에 동틀 때 (기차가) 나갈 때 보면 힘은 들지만 그때가 뿌듯합니다."
강추위 건설현장은 동이 틀 무렵 하루가 시작됩니다.
두꺼운 외투와 털모자로 중무장한 근로자들.
동료와 함께 나누는 따뜻한 음식에, 가족을 생각하며 묵묵히 손과 발을 움직이면 되레 겨울이 친근해집니다.
▶ 인터뷰 : 배성진 / 포스코건설 현장관리자
- "춥다고 해서 일을 안 하지는 않습니다. 안전하고 튼튼한 건물을 짓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이곳은 서울 종로구의 제설기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제설제가 잔뜩 쌓여 있는데요. 서울에 눈이 내리면 이곳에서 제설차량이 출동해 도로의 눈을 치우게 됩니다."
겨울이 오면 제설기지는 늘 비상입니다.
눈 소식이 들릴 때마다 제설차를 점검하고, 제설제를 차량에 가득 싣습니다.
추위와 미끄러운 길에도 망설이지 않고 도로로 향합니다.
▶ 인터뷰 : 김종호 / 서울 종로구 제설기지 작업반장
- "눈이 오기 2시간 전에 차량 정비하고 제설기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우리가 가서 길을 탁 터놓으면 뒤에 차들이 쭉 따라서 오는 거 보면…."
눈이 그친 뒤에도 쉴 틈이 없습니다.
텅 빈 동네 골목 제설함을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 "지금 세 번째 충전하고 있습니다. 계속 소진이 되니까. 동 관내에 25개 제설함을 설치했는데 거기를 다니면서…."
고드름은 추억이 아닌 겨울을 잊게 하는 전쟁의 대상입니다.
드론으로 위험도를 확인하고, 전동 드릴과 만능 도끼를 이용해 안전하게 제거.
어느 곳에서 어떤 상황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훈련은 필수입니다.
▶ 인터뷰 : 윤준희 / 세종소방서 구조대원
- "대형 고드름은 언제 떨어져서 큰 사고가 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발견 즉시 119에 신고해 주시면 저희가 즉시 출동하겠습니다."
새벽 겨울 어장은 칼바람이 맞이합니다.
귀한 대접을 받는 아귀 어장은 살을 에는 영하의 날씨를 뚫고 한 시간 물살을 갈라야 나옵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끌어올린 그물, 아가미가 끼고, 꼬리가 낚이고, 오늘은 풍어 날입니다.
- "아귀 많이 잡았어요."
▶ 스탠딩 : 강진우 / 기자
- "수심이 깊은 곳에 사는 아귀는 1년 내내 잡히지만,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 그러니까 수온이 가장 낮은 지금이 최대 수확기입니다."
20년 겨울 바다를 누빈 선장, 이런 날이 매일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 인터뷰 : 김종욱 / 아귀잡이 어선 선장
- "바람 불고 하면 엄청 추워요. 그래도 자식들 커가는 것과 가정이 유지되는 것을 보면서, 그런 낙으로 힘들지만 참고하는 겁니다."
잡힌 아귀는 바로 경매장행.
상인과 경매인이 뿜는 하얀 입김은 겨울을 녹입니다.
- "7번입니다. 7번…2만 5천 원."
좋은 물건을 재빨리 낚아챈 상인도 겨울이 즐겁습니다.
▶ 인터뷰 : 김대용 / 상인
-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일하고 집에 무사하게 들어가는 거죠."
두메산골에는 때아닌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파프리카 온실 재배단지, 그 안은 어떨까요.
▶ 스탠딩 : 강진우 / 기자
- "지금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유리온실은 한겨울에 기온이 2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반소매를 입고 일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기온이 따뜻합니다."
노랗고 빨간 파프리카, 일꾼 한 명이 하루 10톤을 따기도 합니다.
수확하는 재미에 빠지다 보면 계절의 경계는 사라집니다.
▶ 인터뷰 : 시너자라(네팔 출신)
- "여름에 땀 많이 나서 조금 힘들어요. 지금은 너무 개운하고 괜찮아요."
▶ 인터뷰 : 정태경 / 파프리카 재배농민
- "우리도 먹게 되고 주변 사람들 같이 먹는 거니까 신경을 써 재배하게 되는 것에서 뿌듯함이 있고요."
저마다 자리에서 겨울을 잊고, 깨우며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이제 봄을 알리는 입춘이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포커스 M이었습니다.
[kjw0408@mbn.co.kr / accent@mbn.co.kr]
영상취재 : 김영호·배완호·진은석·김회종· 배병민·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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