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날 좋아할까, 속마음이 알고파 대화를 분석해주는 앱에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내가 나눈 대화가 AI 개발에 쓰였다면 어떨까요.
기업이 개인정보를 충분한 동의 없이 활용하는 데 제재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김민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AI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그녀>(HER)의 한 장면입니다.
AI 챗봇 '이루다'는 영화 속처럼 자의식은 없지만, 자연스러운 대화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AI 개발에 실제 연인들이 나눈 대화 속 문장 1억여 건이 이용된 사실이 밝혀지면서,이용자들은 애칭 같은 개인정보까지 드러났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
- "'너 누구야'라고 물어봤는데, 제 이름을 말하고. '어디 살아', 이렇게 물어봤는데. 옛날에 살던 집 주소가 나와 가지고."
문제는 이용자들의 동의 여부입니다.
▶ 스탠딩 : 김민형 / 기자
- "해당 앱 가입을 시도해보겠습니다. 로그인하면 자동으로 모든 약관에 동의하는 걸로 간주되는데, '마케팅 활용' 같은 조항도 거부할 선택지가 없습니다."
회사 측은 개인정보가 신규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고 초기 화면에 고지했단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동의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허 윤 / 변호사
- "카카오톡은 내밀하고 민감한 영역들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공을 하고, 어느 정도까지 보관을 하고 이용을 할 건지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되거든요."
외국의 경우는 우리보다 개인정보 동의를 엄격하게 따집니다.
유럽연합은 개인정보 처리 목적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써 놓지 않고 나중에 동의 범위를 늘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스크롤을 내려 약관을 읽거나, '동의 체크박스'가 미리 체크돼 있는 행위도 충분한 동의로 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더 느슨하게 만드는 최근의 흐름을 우려합니다.
▶ 인터뷰 : 오병일 /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 "인공지능 개발 활성화를 목적으로 가명처리하면, 동의 없이 과학적 연구나 통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요."
이루다 측이 문제가 된 데이터를 삭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이용자들이 데이터 전체 파기를 요구하며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MBN뉴스 김민형입니다. [peanut@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화면출처 : 유니버설 픽처스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