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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없는 사회 성큼…결제비중 20% 안돼

기사입력 2020-12-25 18:27

◆ 2021신년기획 REbuild 디지털금융 ② / 캐시리스 사회 성큼 ◆
'현금에 대한 애도(An elegy for cash).' 최근 발간된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디지털 결제가 확산되고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까지 출시되면서 현금 종말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018년 기준으로 조사한 국가별 현금 결제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19.8%, 미국과 영국은 각각 26.0%와 28.0%로 조사됐다. 비중이 가장 낮은 나라는 13%인 스웨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웨덴은 1661년 유럽에서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승훈 기자]

광장시장 빈대떡까지 '페이' 결제…"로또 살때만 현금 썼죠"

현금없이 일주일 살아보니

지하철 편의점 식당 어디든
현금·카드없어도 문제 없어
식사후 더치페이도 간편하게

거스름돈 계좌로 입금해주고
현금없는 매장 갈수록 늘어

코로나로 QR결제 폭발적 증가
5년후 전자지갑 40억명 사용
현금 대신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가게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QR코드와 바코드를 이용해 물건을 결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현금 대신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가게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QR코드와 바코드를 이용해 물건을 결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로또 빼면 페이로 모든 결제가 가능한 세상.'
기자는 최근 일주일간 지갑 없이 '페이'만을 이용해 살아봤다. 그 결과 복권을 살 때만 빼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거래가 페이로 가능했다. 우리도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한 조건은 충분했다. 결제 때 주머니에서 지갑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꺼내는 습관만 들이면 아무 불편이 없었다. 1970~1980년대 버스를 탈 때 지폐를 내고 잔돈을 거슬러 받는 광경은 오늘날 상상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지갑에서 실물카드나 현금을 꺼내 결제하는 일도 오래된 과거처럼 느껴지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 같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구매하는 복권만 아직 현금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는 현행 복권기금법상 신용카드 결제 방식으로 복권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됐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낡은 규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은 삼성페이로 지하철 요금을 결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일반 음식점엔 제로페이 결제를 위한 QR코드가 상시 비치돼 있었다. 간혹 통신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결제까지 다소 시간이 지체됐지만 매장 점원은 "천천히 한 뒤 결제 내역만 보여달라"고 여유롭게 말했다. 다만 노점상에서 페이 결제는 다소간 어려움이 따랐다. 서울 종로 광장시장 노점상에서 빈대떡을 주문한 뒤 '페이' 결제를 요청하자 주인아주머니는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를 느꼈는지 주변에 위치한 점포까지 가서 결제한 뒤 다시 돌아왔고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인근 또 다른 포장마차 주인은 "페이 결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아 할 줄 모른다"며 계좌이체를 해주길 요청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한 뒤 더치페이를 하더라도 페이 서비스를 사용하면 쉬웠다. 카카오페이 '정산하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총금액을 사람 수로 나누어 전송해 손쉽게 정산할 수 있다.
'캐시리스' 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사회에 도입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비대면 결제는 급속히 늘었다. 올 1~9월 비대면 결제 이용 규모는 8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실물카드 등을 이용한 대면 결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는 일평균 1조원이 발생하는 가운데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 등 스마트폰이나 애플리케이션에 카드 정보를 미리 입력하고 결제하는 간편 결제가 모바일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 환경도 점차 조성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전국 매장 중 약 60%를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한다. 고객에게 제품 구매 시 현금 외 결제수단 사용을 적극 권유하는 매장이다.
한국은행도 현금 발행과 유통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2017년부터 '거스름돈 적립서비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편의점 등에서 현금으로 계산한 뒤 거스름돈은 선불카드나 계좌에 입금 받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결제 행동양식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프랑스 리서치 회사 캡제미가 전 세계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1%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 QR코드 결제 등 비대면 결제를 이용했다. 이 회사는 디지털 지갑과 QR코드 결제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페이 결제 등을 위해 필요한 전자지갑 이용자는 5년 뒤 50% 가까이 늘어나 40억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금과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페이 결제'는 중국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다. 지난달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모바일 간편결제 팩트북'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1위 모바일 결제시장으로 국민 중 86%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모바일 간편결제시장은 알리바바 알리페이와 텐센트 위챗페이가 세계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된 뒤 가입자별 결제 내용을 통해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바이러스 감염 지역 방문 여부 등을 토대로 가입자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디지털 결제시장에서 떠오르는 신흥 강자는 인도다. KOTR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인도는 핀테크 채택률(총인구 중 핀테크 서비스 사용자 비율)이 57.9%로 중국(83.5%)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인도 내 디지털 거래 규모는 2020년 기준 26조2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이후 5년간 연평균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도 소비자 가운데 75% 이상이 디지털 결제 사용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KOTRA는 인도가 인구와 다양한 디지털 결제 종류 등으로 미루어 디지털 결제시장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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