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활고와 경영난을 겪는 가계와 기업이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고, 부동산·주식 투자 자금 대출까지 급증하면서 민간(가계·기업)의 빚이 나라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 1년 새 가계부채 7%·기업부채 15.5% 불어
한국은행이 오늘(24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2020년 12월)'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분기 말 현재 민간 부문의 신용(가계·기업의 부채)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11.2%로 집계됐습니다.
2분기(206.9%)와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4.8%포인트(p) 올랐고,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1년 전인 작년 3분기(194.7%)보다는 16.5%포인트나 뛰었습니다.
우선 가계 부채가 3분기 말 1천682조1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 늘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이 각 7.2%, 6.8%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3분기 말 현재 가계 신용은 명목 GDP의 101.1%로, 2분기(98.6%)보다 2.5%포인트 올라 사상 처음 GDP를 웃돌았습니다.
이처럼 가계 빚은 빠르게 불었지만, 처분가능소득은 1년 동안 불과 0.3%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71.3%로 높아졌습니다. 역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한은은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이 미약할 경우, 취약 가구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기업 대출은 3분기 말 현재 1천332조2천억 원으로 작년 3분기(1천153조 원)보다 15.5% 불었습니다. 이런 기업 대출 규모는 명목 GDP의 110.1%로, 3분기(108.3%)와 비교해 3개월새 1.8%포인트, 작년 3분기(101%)보다 9.1%포인트나 뛰었습니다.
한은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업 신용이 크게 늘었다"며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실적 회복 지연 등으로 유동성 사정이 악화하거나 신용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런 민간 신용 급증에도 은행의 자산 건전성은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고 한은은 평가했습니다. 일반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9월 말 현재 0.4%로 작년 같은 시점(0.49%)보다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다만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올해 1∼3분기 중 0.52%(연율 환산)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6%포인트 낮아지는 등 은행 수익성은 나빠졌습니다.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 30대 이하·40대 소득 대비 부채비율 급등
가계 대출 증가에 따른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채무 상환 능력을 보면, 전체 차주의 LTI(소득 대비 부채비율)는 3분기 말 평균 225.9%로 작년 말보다 8.4%포인트 높아졌습니다. LTI가 300%를 넘는 차주의 비중도 같은 기간 1.3%포인트 늘었습니다.
소득수준에 따라 LTI를 나눠보면, 저소득 차주(328.4%)가 절대 수준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작년 말과 비교해 가장 큰 폭(15.5%포인트)으로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중소득, 고소득 차주 상
전체 차주의 DSR(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은 3분기 현재 35.7%로 2018년 말(39.6%) 이후 계속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한은은 "대출금리 하락, 주택담보대출 만기 장기화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