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이만수(62) 육군사관학교 야구부 총감독이 2021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 포수 손성빈(18·롯데 자이언츠)과 인연을 공개했다.
손성빈은 지난 15일 수원장안고등학교 야구부원으로서 제4회 이만수 포수상을 받았다. 이 총감독은 “올해 대통령기 고교야구대회 활약을 보고 격려 전화를 걸었다가 과거 손성빈을 일일지도한 것이 생각났다”라고 밝혔다.
손성빈은 신흥중학교 1학년 시절 야구부에 재능기부 차원으로 방문한 이만수 총감독으로부터 “앞으로 최고의 포수가 될 수 있다”라고 들은 칭찬을 고고야구 마지막 시즌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 이만수 육군사관학교 야구부 총감독이 2021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 포수 손성빈과 인연을 공개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감독님, 저 기억하세요?”
전화기 너머로 손성빈 선수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많은 학생을 만나다 보니 금방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는데 본인이 설명하는 것을 들으니 기억이 선명해졌다.
지난 8월 14일 대통령기 고교야구대회를 관전하기 위해 목동야구장을 찾았다. 다시 야구장으로 달려간 것은 그동안 체크 했던 포수의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이전처럼 전국을 돌며 재능기부 하기가 어려워 아마추어 지도자 및 프로야구 스카우트의 추천을 받아 경기할 때마다 직접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파악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올해 아마야구 최고의 포수는 장안고등학교의 손성빈 선수라고 했다.
그가 도대체 어떤 선수이기에 이런 칭찬을 할까? 설악고와 장안고 팀이 오후 3시30분부터 경기하기에 이른 아침부터 목동야구장으로 달려갔다. 이날 마지막 경기라 먼저 두 게임을 다 구경하고 손성빈 포수의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경기를 보면서 첫 번째로 느낀 것은 포수 플레이가 참 안정적이라고 느꼈다, 2루 송구하는데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게 던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주자가 루상에 나가 있을 때 포수로서의 기본기가 잘 갖추어져 있었고 블로킹도 기대 이상이었다. 시합 중이라 직접 만나기보다는 전화로 격려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 내 전화번호를 장안고 학교버스 기사분께 남겨두었다.
저녁이 되자 손성빈 선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감독님이 신흥중학교에 재능기부 오셔서 자기를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그때가 중학교 1학년생이었다고 한다. 포수 지도를 마친 후 “ 성빈이는 앞으로 최고의 포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일본 최고라 할 정도로 유명한 후루타처럼 훌륭한 포수가 되어야 한다”라며 격려한 것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생이었던 손성빈 선수가 그 당시 안경을 쓰고 포수를 했기 때문에 안경을 쓴 일본 최고의 포수가 연상되어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자기 또래에 비해 상당히 다부진 체격을 갖추어 있었고 또 중학교 1학년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이 있었다.
그 당시 내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하나도 잊지 않고 다 기억하고 노트에 적어 놓았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좋은 포수가 되리라는 꿈을 놓지 않고 자라준 손성빈 선수가 너무 대견하고 흐뭇했다.
아울러 드는 생각이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나의 지난 시절도 돌아보면 수많은 부정적인 판단 속에서도 나를 세워주고 이끌어준 한마디가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 담임선생님께서 주신 말씀 “공든 탑이 무너지랴”였다. 험
요즈음같이 어려운 시대에 누군가에게 힘이 나는 한마디를 해주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큰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건넨 한마디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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