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서울은 세계 대도시에서 보기 드문 수려한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내·외사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현재 1000만 시민의 여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서울시 책자 '서울의 도시계획' 중)
↑ 변창흠 후보자가 제시한 서울과 파리 인구밀도 비교도 [자료 제공 = 국토교통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내에도 주택을 공급할 땅이 많다며 서울과 파리 인구밀도를 비교했으나 이는 서울이 산악 지형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면적으로만 비교한 것이라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 후보자는 지난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역세권 고밀개발·준공업지역 개발·공공참여 소규모 주택 정비 등 앞으로의 주택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변 후보자는 "서울 도심 내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주택 공급할 부지가 충분히 많다"며 "서울은 프랑스 파리보다 약 6배 면적이 넓고 주거밀집도가 낮다"고 말했다. 통계상 서울 인구밀도(16.18명/㎢)는 파리(21.28명/㎢)에 비해 낮다.
↑ 서울 내 용도지역 현황도 [자료 제공 = 서울시]
그러나 이는 자연녹지지역 등 개발제한구역을 제외한 단순 면적 대비 통계라 실질적으로 주택 공급할 땅이 많다는 근거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도시계획구역 면적(605.59㎢)에서 녹지면적은 232.93㎢(38.7%)로 전체 3분의1에 해당할 만큼 비중이 높다.
↑ 서울 내 용도지역 지정현황 [자료 제공 = 서울시]
평지가 적고 산악지형이 많은 서울 지형 특성을 고려하면 서울 내 주택 공급 가능지역은 더욱 줄어든다. 서울은 도심 내에 내사산(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이 외곽에는 외사산(북한산·덕양산·관악산·용마산)이 자리잡아 고도제한 등 주택 공급 제약 요소가 많다. 반면 파리 도심에는 산이 없고 대규모 숲인 뱅센느 산림공원(9.95㎢)과 볼로뉴 숲(8.46㎢)이 외곽에 위치한다. 변 후보자 발언에 대해 '산을 깎아 집을 지으려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파리 신도시 라데팡스 인근 지역 전경
익명을 요구한 도시계획 관계자는 "파리는 19세기부터 도시계획을 철저하게 운영한 곳이라 서울과 비교 기준으로 삼기도 부적합하다"며 "변 후보자가 이런 서울 특성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변 후보자는 도심 주택 공급방안으로 서울 내 지하철역 인근 평균 용적률이 낮다는 점을 들어 역세권 고밀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사 사례인 역세권 청년주택이 과밀도로 지어진 것처럼 도시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조례상 250~300% 용적률을 적용받는 주거지역도 종상향해서 용적률을 1000% 가까이 올리고, 늘어난 용적률만큼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 서울 님산 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김재훈 기자]
실제로 삼각지역 인근 청년주택은 2개동에 용적률 962%를 적용받아 1086가구(셰어형 포함 1916실)를 공급하는 매머드급 임대주택으로 들어섰다. 용적률 962%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1297가구, 4개동) 용적률 919%를 뛰어넘는 수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재건축만 풀어줘도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주택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눈앞에 해결책이 있는데도 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