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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셧다운도 걱정없다" 단 1초도 쉬지 않는 韓경제 버팀목

기사입력 2020-12-19 06:00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 제공 = 삼성전자]
↑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 제공 = 삼성전자]
"3단계에도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됩니다. 먼지 한톨 허용않는 '클린룸'에선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도 낮고요.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 마지막 단계인 3단계 격상이 검토되면서 산업계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사실상 사회·경제적 '봉쇄'에 가까운 3단계가 발령되면 2.5단계에서 권고사항이던 '필수인력을 제외한 재택근무'가 의무화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적잖은 분야의 공장도 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가동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라인은 예외다. 거리두기 3단계 시행에도 임산부, 기저질환자 등 건강취약자들을 제외한 상당수 인력이 출근해 생산 설비를 살필 예정이다.

◆ 국가핵심기술 '보안 철저'…순간 멈춰도 수십억 피해

3단계 발령 시 산업계에도 강도 높은 셧다운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사업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65일 24시간 정상 가동 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공정 특성상 한 번 멈추면 재가동하기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단 1초라도 멈추면 작업 중 미세한 오차가 발생해 제작하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전량 폐기해야 한다.
곧바로 재가동해도 정상 수준의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을 위해 세팅해 놓은 수치들을 재조정해야 한다. 이는 천문학적 금액 손실로 이어진다 .
실제 지난 2019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은 28분간 정전으로 5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 올해 1월에는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1분가량 전력공급이 중단돼 수십업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 제공 = 삼성전자]
↑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 제공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인력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보안상 문제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핵심기술을 다룬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이에 대한 엄격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어 철저한 보안이 요구된다.
반도체 생산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가 됐다고 하지만 설비 오류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줘야 하는 만큼 기본적인 상시 인력이 필수로 유지돼야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SK하이닉스 역시 대부분 인력이 2.5단계인 현재에도 정상 출근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경우 365일 24시간 가동이 돼야하는 만큼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도 공장 운영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며 "현재 반도체 생산라인의 경우 3교대로 운영 중인데 이것도 최소한의 필요인력이라 더 이상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 먼저 한톨도 완벽차단…바이러스 확산 제로 '클린룸'

반도체 직원들이 안전하게 생산라인에 출근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어느 곳보다 반도체 생산공장이 바이러스 확산 위험도가 낮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 내부는 0.1㎛(마이크로미터) 먼지도 허용되지 않는 '클린룸(무균청정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가 0.1㎛ 단위 공정으로 이뤄진 만큼 미세한 먼지 한톨에도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반도체 공정에서 클린룸은 필수적이다.
클린룸은 외부보다 기압이 높은 양압을 유지해 외부와 연결되어도 공기가 밖으로만 나가는 구조다. 때문에 바이러스가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라인에서 근무하는 모든 근무자는 방진복과 방진모, 방진 장갑, 안전화, 방진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있으며, 라인 내부의 공기가 순환될 때에도 고효율 필터를 거쳐 정화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클린룸에 설치된 고효율 필터는 0.1㎛ 크기의 각종 바이러스 등을 99% 이상 포집할 수 있어 바이러스가 유입되거나 내부에서 바이러스가 재순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반도체 협회는 반도체 생산라인이 바이러스 전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환경이라고 발표했고,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로 방역 상황 발생 시에도 가동할 수 있는 시설로 반도체를 지정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30일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제조장비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30일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제조장비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3단계 격상 시 반도체 생산라인은 정상가동 되겠지만 공장 근무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들의 '필수인원'을 어떻게 산정할지에 대한 문제는 남아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지난 16일 사내공지를 통해 팀장 및 보안부서 합의를 통해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등의 강력한 대응책을 내놨다. 이 밖에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사내식당 외 취식금지, 사내 카페·매점·제과점 운영중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부문은 지난 9일부터 부서별 3교대 순환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당시 DS부문만 재택근무 대상에서 빠졌다.
SK그룹도 SK하이닉스를 재택근무 대상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건강취약 계층을 제외한 인력이 출근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2.5단계 조치 후 재택근무와 사업장 출입 제한 등 방역

지침을 강화할대로 강화한 상태라 3단계 발령 시 추가 방역조치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생산라인의 경우 보안문제 등 타 산업과 환경 자체가 달라 팹(생산공장)을 닫거나 생산을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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