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서 PC방을 하는 김상진(가명·38) 씨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지난 가을 2.5단계로 PC방을 거의 한 달 가량 문 닫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3단계가 되면 어찌 버틸 수 있을까 싶어서다. 그나마 손님이 많이 모일 시간에도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어 매출은 계속 떨어진다. 김씨의 아내는 최근 임신했다. 김씨는 "가장으로서 부담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트에 가서 만원짜리 딸기 한팩을 들었다 놨다 했다"며 "명색이 사장인데 자괴감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로 자영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김씨와 같은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김씨의 경우 매월 임대료로 250만원, 건물 관리비로 50만원이 발생한다. 여기에 전기료 100만원, 인터넷 통신비 80만원, PC방 가맹점비와 인건비까지 손님이 없어도 한 달에 거의 800만원이 고정비로 나간다.
거리두기 3단계로 문을 닫으면 단순 계산으로 한 달 동안에만 800만원 적자가 난다.
올해 2월부터 코로나가 발생했고 아예 PC방 문을 닫았던 적도 있는 터라 김씨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 여기에 은행 대출이자, 생활비까지 가중되면서 극단적 충동도 느낀다고 한다. 가게는 내놓은지 오래지만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
코로나 지속으로 김씨처럼 극단적인 충동을 느낀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SOS 생명의 전화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은 "자살은 개인적인 요인도 있지만 사회적, 제도적 요인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회문제"라며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의 증가와 비대면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불안감과 우울감, 자살충동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SOS 생명의 전화 상담 내용를 보면 코로나로 심화된 경제적 문제로 절망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대 남성은 "코로나로 프리랜서 일이 안풀려 월세도 밀리고 이동할 택시비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40대 남성은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로 시작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려 한다"며 자신의 위치를 말해 준 뒤 전화를 끊었다. 이 남성은 코로나 때문에 일 자체가 없어 월세도 버겁다며 생활고를 토로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지원하는 자살 시도자 의료비 지원 사업 실적을 보면 응급실에 실려온 자살 시도자 건수는 2018년 590건, 2019년 599건, 올해 현재까지 708건이다. 올해 708건 중 87건은 코로나가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재단은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대상으로 응급처치비 등을 지원하는데 이 추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등이 주로 받는 정책자금대출인 햇살론17의 대위변제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코로나로 경제적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지표다. 햇살론17은 고금리 대출이 불가피한 근로자, 영세자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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