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이러다 욕을 한 번도 안먹는다는 생각을 했는데…부상으로 욕을 세게 먹었죠.”
2020년을 돌아본 구창모(23·NC다이노스)는 씁쓸하게 웃었다. 말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시즌이었다. 물론 마지막엔 팀 동료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구창모다.
구창모에게 2020년은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물론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긴 하다. 정규시즌 15경기에 등판해 93⅓이닝을 소화해 9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74의 성적을 남겼다.
↑ 지난달 23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구창모. 사진=천정환 기자 |
구창모는 “정말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반기 좋았는데, 내가 관리를 못해서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도 느낀 거지만, 정말 건강한 게 중요하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잘해도 부상을 당하면 소용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좋았다가, (부상으로) 안좋았다가, 끝에 좋았다”고 한 해를 돌아봤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가진 MK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올해 욕은 여섯 번만 먹겠다”고 했던 구창모였다. 패전은 6차례만 기록하겠다는 의미. 올해 초 화제를 일으킨 야구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국가대표 에이스 강두기가 했던 대사를 차용한 다짐이었다. 공교롭게도 드라마상에서 강두기가 에이스로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전 성적이 지난해 구창모의 성적과 같았다. 구창모는 강두기의 시그니처 포즈까지 취하며 올해를 ‘구창모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전반기까지 구창모는 ‘언터처블’ 그 자체였다. “매경기 던지면서 좋아서 ‘한번쯤은 무너질 때가 됐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 게 오히려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 여섯 번만 욕먹는다고 했는데, 정말 이러다 욕 안먹고 시즌을 끝낼 수 있다라는 생각도 들기 했다.”
하지만 역시 부상에 대한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욕심이 생기다보니 오버페이스를 하고, 나도 모르게 무리를 한 것 같다. 중간 중간에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좋은 결과만 생각했다. 내 몸이 약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한국시리즈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NC의 첫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에 발판을 놨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7탈삼진 3실점(2자책점) 하며 비교적 호투하고도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되며 역시 아쉬움으로 시작했던 구창모다.
그러나 5차전 두산 크리스 플렉센과의 리턴 매치에서 구창모는 7이닝 5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따냈다. 2승 2패에서 시리즈 분수령이 된 5차전 승리투수였다. 한국시리즈 시작 전 “부상으로 온전히 한 시즌 던지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약속을 지킨 호투였다.
구창모는 한국시리즈 승리까지 10승 투수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선배들도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 항상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셔서 마무리가 좋았다”며 “꼭 승리투수가 돼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팀이 승리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 결과까지 좋아서 더 기뻤다”고 말했다.
이젠 자신의 향해 달려있는 물음표를 지우고 싶은 구창모다. 2019시즌도 그랬고, 잘 던지지만, 온전히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풀타임 선발투수라는 부분에서는 작아질 수 밖에 없는 구창모다. 구창모도 “내구성에 대한 시선은 잘 알고 있다. 매년 팬들의 귀가 닳도록 드리는 말씀이 ‘규정이닝 소화가 목표다’라는 것이다. 내년에는 정말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올해 2월 미국 애리조나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강두기 포즈를 취했던 구창모. 사진=안준철 기자 |
내년 시즌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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