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라임 사태' 관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검사들이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검사 3명에 536만원어치의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특정했지만 1명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나머지 2명은 도중 귀가했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8일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부장검사 김락현)은 "실제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인정된다"며 김 전 회장과 검사 출신인 A변호사 및 접대 의혹이 불거진 B검사를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검사 술 접대 의혹을 폭로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신속 수사를 지시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당시 술자리엔 검사 3명이 참석했지만 이중 2명은 도중 귀가해 검찰은 끝까지 술자리에 머문 검사 1명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B검사를 포함한 현직 검사 3명은 지난해 7월 18일 오후 9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A변호사의 소개로 김 전 회장을 만났다. 당시 참석 인원은 총 5명으로 B검사는 이 자리에서 합계 536만원의 술과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접대비용을 인분하면 1인당 약 107만원으로 김영란법 처벌 기준인 1인당 금품 수수 금액 100만원을 초과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당시 술자리엔 B검사 외에도 C, D검사가 함께 참석했지만 검찰은 B검사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C, D검사가 술자리 도중 오후 11시께 귀가해 밴드비용, 유흥접객원 추가비용 등을 제외할 시 수수 금액이 100만원 미만으로 계산돼 처벌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진행된 검찰시민위원회 회의 결과도 이와 동일했다고 한다. 다만 검찰은 "(C, D검사에 대해) 기소하진 않았지만 향후 감찰 후 징계 관련 조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술 접대가 이뤄진 방의 옆 방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있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때문에 참석인원을 총 7명으로 보고 접대 금액을 동등하게 나눠서 계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경우 1인당 수수 금액은 약 76만원으로 김영란법 처벌 기준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검찰은 조사를 통해 이 전 부사장은 술자리에 뒤늦게 합류했고 김 전 행정관은 검사들이 자리한 방으로 간 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검사 술 접대 의혹은 지난 10월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7월 전관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며 "술자리 당시 추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실제 1명은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검찰은 남부지검 내 라임 수사팀이 올해 2월 초 구성돼 라임 수사 관련 직무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뇌물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접대를 받은 시점은 수사팀이 구성되기 6개월 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팀에 합류할 것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이례적으로 앞서 김 전 회장 등이 주장한 검찰 수사의 부당함에 대한 반박 의견을 냈다. 그동안 공식 대응을 자제한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근거 없는 의혹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우선 술 접대 의혹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담당 검사와 변호인 등을 조사했지만 의혹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부지검 지휘부와 대검찰청이 보고 받은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짜맞추기 수사' 의혹과 관련 "김 전 회장은 변호인이 거의 대부분 참여한 상태에서 조사 받았고 참여 변호인들도 수사 절차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김 전 회장이 여권 정치인에게 제공한 양복 대금을 1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가 중요 참고인 대질 등을 통해 금액을 200~250만원으로 특정 하는 등 진술 신빙성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 수사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팀은 김 전 회장이 아닌 제3자로부터 사전 위 의혹을 제보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 전 회장을 조사한 검사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권 정치인을 잡아주면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며 회유, 협박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위와 같은 회유, 협박은 수사팀이 아닌 A변호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오히려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해 만기보석으로 석방되는 전략을 사전에 수립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사 술 접대 의혹 일지>
날짜=내용
10월 16일=김봉현, '검사 술 접대' 의혹 제기 옥중 입장문 발표
10월 16~18일=법무부, 김봉현 면담 및 관련자 조사
10월 17일=대검찰청,
10월 18일=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수사전담팀 구성
10월 19일=법무부, 술 접대 의혹 관련 수사의뢰
10월 20일~=사무실·주거지 등 17곳 압수수색 및 피의자 조사
12월 7일=수사전담팀, 검찰시민위원회 의견 수렴
12월 8일=김봉현, A변호사, B검사 불구속 기소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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