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의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진됨에 따라 올 겨울 들어 벌써 4곳의 고병원성AI가 확진됐다. 7일에는 충북 음성군 소재 메추리 농장에서 3000마리에 달하는 메추리가 폐사해 5건째 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올 겨울 코로나19에 이어 AI가 또 다른 '팬데믹'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는 지난 달 26일 전북 정읍의 오리농장에서 처음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이후 현재까지 오리 2건, 산란계 2건의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7일 충북 음성군 메추리 농장에 이어 8일에는 전남 나주의 오리 농장에서도 의심 신고(의사환축)가 들어온 상황이다.
폐사율이 급격히 치솟아 의심신고가 들어온 음성군 메추리 농장은 이미 국내에서 퍼지고 있는 H5N8형 AI 항원이 검출됐으며, 고병원성 여부를 검사 중이다. 나주시의 오리농장도 H5형 항원이 검출돼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있다.
중수본은 "고병원성 여부가 확진되지 않은 음성의 메추리 농장을 포함해 5곳 모두 농장간 수평전파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발생농장 반경 10km 내에서도 아직 AI가 전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첫 농장 확진이후 12일 만에 4곳의 농장에서 확진이 발생했지만, 농장 간 전염이 아닌 야생조류로 인한 전염이라는 것이 중수본의 입장이다.
다만 8일 새로 신고가 들어온 나주시 오리농장은 이달 4일 고병원성이 확진된 영암군 농장과 관련된 농장으로, 수평전파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아직 국내 농장간 전파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올 겨울 고병원성 AI가 한국을 덮칠 거라는 예상은 올해 초부터 나오던 상황이다. H5N8형 고병원성AI는 올해 3~4월 헝가리·폴란드 등에서 대유행 한 이후 철새 이동에 따라 8월에는 러시아, 9월에는 카자흐스탄 등에서 확진됐으며 11월 들어서는 영국·덴마크·프랑스·벨기에 등에서도 빠르게 확산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21개국에서 749건의 고병원성AI가 확진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10월 21일부터 고병원성AI 항원이 검출되기 시작해 8일 현재까지 이미 49건의 H5형 및 H7형 항원이 검출됐으며 이 중 고병원성으로 확인된 사례만 19건에 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철새 유입이 증가하는 1월까지 가금류 농장에서 고병원성AI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철새 유입은 2019년 겨울의 경우 11월 71만마리, 12월 182만마리, 1월 163만마리가 유입됐다. 고병원성AI가 철새로 인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음을 고려하면 12월, 1월에 고병원성AI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철새도래지 인근에 축산차량 및 축산업 종사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철새도래지는 물론 가금류 농장 인근의 작은 하천에도 소독을 실시하는 한편 생석회를 뿌려 AI 바이러스가 가금농장에 유입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 4건의 고병원성AI가 확진됐지만 아직 닭고기나 오리고기, 달걀 값에는 큰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산란계, 육계, 오리 사육마릿수는 739만마리, 882만마리, 93만마리로 각각 평년보다 4.5%, 8%, -2.4% 많은 상황이다. 오리는 사육마릿수가 평년보다 소폭 적지만 냉동 재고는 558만마리로 평년 재고(288만마리)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이 남는 상황이다. 가격은 계란이 특란 10개에 1120원으로 평년대비 1.3%, 육계는 kg당 129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고온에서 익혀 먹으면 바이러스가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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