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했다. '확진자수 0'이라는 북한 주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려진 이번 조치는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2일 "초특급 비상방역조치들을 복원한 데 맞게 중앙비상방역부문에서는 비상방역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엄수하도록 강하게 대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부 상점이나 음식점, 목욕탕 등의 영업이 중지되고 이동에도 제한이 걸렸다. 업무도 화상회의 등 비대면 수단을 활용하도록 했다.
방송은 이어 "지역별 인원 이동을 극력 제한하고 일부 봉사단위들의 활동을 잠정중단했다"며 "모든 단위에서 화상회의체계, 구내 방송망을 완비하며 출장 여행을 최대한 줄이고 인원들의 불필요한 접촉과 밀집 현상을 막기 위한 조직사업을 더 면밀히 짜고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또 지상과 공중, 해상을 막론하고 국경을 걸어 잠그고 국내로 물자가 들어오는 국경 다리와 항만에는 전면소독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사상 교양 사업도 한층 더 강화했고 간부급 인사에는 방역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현상과 싸울 것을 주문했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맞아 제정한 '비상방역법'에 따르면 방역 등급은 1급·특급·초특급 세 단계로 나뉜다. 초특급은 방역 최고 단계로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을 봉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각종 모임과 학업도 모두 중지해야 한다.
북한이 코로나 19 방역단계를 초특급으로 격상한 건 지난 2월 이래 처음이다. 당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대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초특급 방역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은 아직도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연설에서 "단 한 명의 악성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하니 이것이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북한이 코로나 청정지역임을 주장했다.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지난달 25일까지 총 1만691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했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코로나 방역 단계를 격상시킨 배경엔 복합적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김 위원장의 '위기관리 리더십' 강화다. 올해 대북제재 강화에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패 등으로 대외 교류가 봉쇄된 것을 코로나19 방역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확진자 0명'을 지속 강조하는 이유도 김 위원장의 리더십 아래 북한 내 코로나19가 잘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전염병에 극도로 취약한 북한의 사정상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감염에 극도의 공포감을 갖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최근 김 위원장은 접경지역 뿐 아니라 주요 도시의 이동까지도 모두 봉쇄한 상태다. 또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에서 어업과 소금 생산을 금지하고, 방역규정을 어긴 핵심 간부를 처형하는 등 공포 정치를 펴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를 마친 뒤 "김 위원장이 과잉 분노 표출이 있고, 상식적이지 않은 조치를 내놓고 있다"며 "이건 약간 좀 심하지 않나"고 말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실제 북한 내 코로나19 감염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 4월 한국 탈북자단체 '북한인민해방전선'이 확보한 통계를 인용해 북한에서 최소 267명이 사망했으며 4만8528명이 격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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