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국토교통부 다른 산하기관의 부사장은 모두 자체 승진하는데 왜 우리 공사만 국토부 출신 공무원을 받아야 하나."
연말을 맞아 김포국제공항 등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위직이 잇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하면서 이중 일부가 공사 부사장으로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30일 매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3명이 신청을 했다. 이중 2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3명이다.
12월 신청자까지 합하면 명예퇴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국토부는 인사규정에 따라 20년 이상 근무자, 정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 등을 대상으로 매달 10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
문제는 명예퇴직한 국토부 고위 관료가 산하기관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일명 '국피아(국토교통부+마피아) 낙하산'이 유독 한국공항공사에 집중돼 사기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한국공항공사는 제9대 성시철 사장이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제외하고는 내부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적이 없다. 대부분 국토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 차지했다.
이 때문에 공사 안팎에서는 내년 임원 교체 인사를 앞두고 "이젠 낙하산 인사 고리를 끊고 내부승진을 통해 직원 사기와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내년 3월이 되면 한국공항공사는 상임이사 자리인 부사장, 전략기획본부장, 운영본부장, 건설기술본부장 등 4개 자리가 빈다.
상임이사인 3개 본부장 자리는 내부 승진자로 채운다 하더라도 부사장 자리는 명예퇴직한 국토부 출신 인사가 또 다시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국공항공사 A씨는 "코레일, 도로공사, LH, 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국토정보공사 등 국토부 산하기관은 모두 내부 승진으로 부사장을 임명한다"면서 "유독 한국공항공사 부사장 자리만 국토부 출신 인사가 반복돼 임명되고 있는데 낙하산 인사를 적폐로 규정한 문재인 정부가 왜 눈을 감고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어느 공기업이든 부사장 자리는 내부에서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한다"면서 "조직 문화와 간부 특성 등을 모르는 상황에서 조직 내부를 결속하고 사장에게 조언하기가 쉽겠느냐"고 반문했다.
C씨는 "같은 공항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도 부사장은 내부에서 승진을 한다"면서 "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 신공항 건설 논란 등 대응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퇴직 공무원 밥그릇 챙겨주는 자리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사 내부에서 이 같은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최근 국토부 관료의 항공 관련 분야 재취업이 슬금 슬금 강도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구본환 사장 해임으로 공석이 된 인천국제공항공사 후임 사장에도 국토부 고위 관료 출신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천공항 내부에서는 2013년 5대 사장 자리부터 본격화된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7년째 이어지면서 조직이 관료화되고 정부 눈치를 보느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략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1991년 항공법에 근거해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항공협회도 상근 부회장 이하 임직원 임면 권한이 회장에게 있지만 최근 몇년새 국토부 낙하산 인사들이 포진했다. 한국항공협회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연간 운영예산 20억 원을 분담하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8억 원을 지원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협회 회장직을 겸직하고 있는 곳이다. 2016~2017년에는 상근 부회장과 본부장 자리를 국피아 출신들이 한꺼번에 꿰차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임기가 끝난 상근 부회장 자리는 또 다시 국토부 서울항공청장 등을 지낸 관료 차지가 됐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국민들은 관피아(관료+마피아) 인사를 비판하지만 관료들은 공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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