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이자 금융노조의 숙원 사업인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가 올해도 무산됐다.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우려한 KB금융 주주들이 노조가 추천한 이사 후보들에 대해 대거 반대하면서 이들에 대한 지지율이 2~3%대에 그쳤다.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관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가 부결됐다. 앞서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가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 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은 노조위원장도 겸임하고 있어 두 후보는 사실상 노조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윤 교수 선임 안건은 의결권 발행 주식 대비 찬성률 3.48%,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은 4.62%에 그쳤다. 류 대표 역시 각각 찬성률이 2.86%와 3.80%로 두 후보 모두 선임 요건인 의결권 주식 수 25%, 출석 주식 수 50%라는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날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허인 국민은행장 연임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윤 회장은 찬성률이 출석 주식 수 기준으로 97.3%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 추천 인사들은 노조가 모은 지분 2% 외에는 거의 찬성표를 받지 못했다"며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 우려가 표심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지분 65%를 보유한 외국인들이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앞서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주주들에게 이들 후보에 대한 반대 의견을 권고한 바 있다. 단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9.96%) 역시 "중장기 주주 가치에 기여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이에 따라 2017년 이후 올해까지 KB금융 노조는 꾸준히 이사들을 추천했지만 이
금융노조는 IBK기업은행 이사회 진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이 있어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은행 주요 주주는 기획재정부(63.47%), 국민연금(6.91%)으로 외국인 지분은 11%에 그친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