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해 전셋집을 빼줘야 하는데 주변 아파트 전세는 물건도 없고, 있어도 전셋값이 2년 전보다 2억∼3억 원씩 올라 출퇴근 왕복 4시간을 감수하고 아예 경기도에 집을 사려 한다."(서울 성동구 금호동2가 30대 직장인 이모씨)
전셋값 급등에 마음이 다급해진 서울의 전세 수요가 수도권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면서 경기 지역 아파트값이 함께 뛰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과 인접하면서도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대출이 용이한 경기도 김포와 파주 등지에 수요가 몰리며 해당 지역 집값이 불과 1∼2주일 사이 1억∼2억원까지 뛰며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한달새 2억∼3억 오른 서울 전셋값
오늘(15일) 서울·수도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 품귀로 인한 전셋값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군·교통 등의 이유로 고가 전세 수요가 몰리는 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전용면적 84㎡ 규모의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나드는 단지가 흔해졌습니다.
서울 도심의 중심업무지구로 출퇴근이 편리해 신혼부부 등의 수요가 많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뿐 아니라 교통이 다소 불편하지만 주거 비용이 저렴한 서울 외곽 지역까지도 전세 품귀로 인한 전셋값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성동구 금호동2가 신금호파크자이 아파트의 중소형 면적인 59.98㎡의 경우 올해 6월까지 6억원 안팎이던 전셋값이 9월 말 8억원을 찍은 뒤 지금은 호가가 8억5천만원까지 오른 상태입니다.
인근 A 공인 대표는 "임대차법 개정 이후 기존 세입자 대부분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살겠다고 하면서 전세 품귀가 심해졌다"며 "우리가 봐도 전셋값이 너무 올랐는데, 지금 전세 물건도 딱 2개뿐이어서 몇천만 원 흥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 전용 84㎡는 6∼7월 보증금 5억∼5천5천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8월 6억원(18층), 9월 7억3천만원(22층)에 계약이 이뤄졌고, 현재 호가는 7억5천만원 이상으로 뛴 상태입니다.
응암동 B 공인 대표는 "전세는 물건도 귀하고 있어도 값이 2억원 안팎으로 올라 기존 가격을 생각하고 찾아온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전셋값이 너무 뛰니 이 지역 사람들이 집값이 아직 싼 김포나 고양, 파주 아파트를 매매하기 위해 알아보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강서구 화곡동 C 공인 대표도 "전세가 정말 난리다. 불과 1∼2개월 만에 2억∼2억5천만원이 오르니 매매도 전세도 거래가 안 돼 중개업소도 힘든 상황"이라며 "예산에 맞추다 보니 옆 동네인 김포 쪽으로 많이 넘어가는 분위기이고, 돈을 조금 더 보태 아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 전세→매매 움직임 뚜렷…김포 아파트값 한달 새 5% 뛰어
서울에서 '전세 난민' 신세를 면하기 위해 수도권·중저가 주택 매수에 나서는 수요가 늘면서 김포·파주 등 서울 인접 지역 아파트값이 최근 크게 뛰고 있습니다.
특히 6·13 대책에서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김포의 경우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최근 2주 동안 무려 4% 가깝게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포는 새 임대차 법 시행 이후 아파트값이 주간 누적 기준으로 6.35% 올랐습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김포 운양동 풍경마을래미안한강2차 전용 84.97㎡는 지난달 8일 4억6천만원(4층)에 매매된 이후 31일 6억5천만원(12층)에 거래돼 불과 3주 만에 2억원 가깝게 올랐습니다.
김포 걸포동 한강파크뷰우방아이유쉘 84.89㎡는 지난 10일 7억5천만원(10층)에 계약서를 써 직전 거래인 9월 20일 5억9천500만원(13층)과 비교해 1억5천500만원이 올랐습니다.
걸포동 D 공인 대표는 "서울 전셋값이 너무 오르면서 몇 주 전부터 이쪽에 신혼부부들이 집 계약하러 많이 왔다. 지금 여기에라도 집을 안 사놓으면 앞으론 전세도 못살 것 같다면서 서둘러 집을 보러 다녔다"고 전했습니다.
김포 한강신도시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 지역 집값이 수천만원에서 1억∼2억원까지 뛰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에 계약을 취소하거나 매물을 급하게 들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한 달 전과 비교해 경기도에서 가장 아파트 매물이 감소한 지역(읍면동 기준)은 김포시 북변동(-61.8%)이었고, 이어 파주시 동패동(-48.3%), 김포시 양촌읍(-45.6%), 김포시 사우동(-41.4%), 김포시 감정동(-39.8%) 등의 순이었습니다.
역시 비규제지역인 파주의 경우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파주는 최근 2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0.37%, 0.47%를 기록하며 오름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파주 목동동 힐스테이트운정 60.02㎡는 지난달 14일 5억원(18층)에 매매가 이뤄졌는데, 이달 7일 5억5천만원(4층)에 계약서를 써 한 달이 안 돼 5천만원이 올랐다.
파주 와동동 해솔마을7단지롯데캐슬 84.34㎡는 지난달 30일 5억3천만원(15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월초와 비교해 3천만∼1억원가량 올랐고, 같은 아파트 101.05㎡도 이달 7일 5억9천500만원(12층)에 매매돼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최근 한 달 동안 주간 누적 기준으로 아파트값이 1% 이상 오른 지역은 김포시(5.04%)를 비롯해 고양시(1.13%),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품귀로 촉발된 서울의 전세난이 서울 외곽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수도권 인접 지역의 집값까지 밀어올리고 있다. 30대가 전세 쇼크로 다시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동참하는 형국인데, 무리한 대출을 낀 구매는 아닌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