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심의를 받는 기업들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형 데이터룸'을 설치한다.
기업의 변호사가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포함한 각종 증거자료들을 확인하고 소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적 자료열람실이 마련되는 것이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공정위 심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2일 열람·복사 업무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이달 22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연내 시행할 방침이다.
현행법 상에서도 공정위 심의를 받는 기업은 증거자료에 대한 열람·복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다만 자료 제출자의 동의가 있거나,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라는 조건이 있어 권리행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자료에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이 포함된 경우는 공정위가 공개를 꺼려 사실상 열람이 불가능했다. 이때문에 증거자료 열람을 놓고 별도의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자료제출자의 동의가 없어도 공정위 허가를 받은 피심인(기업)의 외부 변호사가 공정위 안에 마련된 데이터룸에서 자료를 볼 수 있다. 최대 2주 이내의 범위에서 주심위원이 정한 일시에 공정위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료를 열람하게 된다. 복사는 할 수 없지만 필기는 가능하다. 다만 수기로 작성한 열람보고서에 영업비밀 내용을 담아선 안 된다. 공정위는 영업비밀 포함 여부를 확인한 이후 7일 내에 열람보고서를 피심인에게 발송한다. 자료를 열람한 변호사에겐 비밀유지 의무가 부과되며, 피심인도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할 수 없도록 금지의무가 부과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대한변호사협회에 해당 변호사의 징계를 요구하고, 공정위 소속 공무원들과의 접촉도 5년간 금지한다.
해외 주요국에는 이미 유사한 제도가 도입돼 있다. 유럽연합(EU)은 제한된 공간에서 자료의 반입·반출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허가받은 사람에게만 영업비밀 관련 자료열람을 허용하는 데이터룸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증거개시제도(Discovery)를 허용해 기업과 심사관은 물론 제3자도 증거자료를 열람·복사할 수 있다. 당사자들이 법원에 정보보호명령을 신청했을 때에만 영업비밀 정보 열람을 제한한다.
이때문에 외국계 기업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경우, 방어권 제한을 문제삼아 역으로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그간 미국 정부는 퀄컴·애플 등 자국 기업에 대한 공정위 제재·심의와 관련해 자료열람권 등의 방어권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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