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대동맥 판막이 노화로 망가지고 제대로 열리지 않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제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실신,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생기고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 증상이 있는 심한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1년내 사망률이 20%를 넘는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발생하면 먼저 심장에 만성적으로 높은 압력이 가해지며 심장 근육도 비대해지고 딱딱하게 섬유화된다. 심장이 섬유화되면 이완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심부전이 발생한다. 섬유화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게 되면 심장 기능과 증상, 나아가 예후를 예측해 치료 방침 결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현정·이승표, 삼성서울병원 박성지 교수 공동 연구팀은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심장 MRI로 심장 섬유화를 측정해 좌심실 이완기능과 예후와의 관련성 등을 연구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91명과 일반인 30명을 대상으로 심장 MRI와 심장초음파를 시행했다. 과거에는 심장의 섬유화 정도를 침습적인 조직검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ECV(extracellular volume index)라는 최신 심장 MRI 영상기술을 통해 심장의 섬유화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ECV가 높을수록 조직검사에서 확인한 심장의 섬유화가 심하다는 것을 이전 연구에서 증명한 바가 있다.
연구결과,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ECV가 높을수록 심장 이완기능이 떨어졌으며 호흡 곤란이 더 심했다. 5년간 추적 관찰했을 때 ECV가 높고 심장 이완기능이 감소할수록 사망률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도 높았다. 특히 ECV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임상적 예후인자, 좌심실 수축과 이완기능 지표들에 추가적으로 예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에서 심장 섬유화가 과도하게 진행하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예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교수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는 판막상태 뿐 아니라 심근 상태, 특히 섬유화 평가가 중요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심장의 섬유화 정도는 심장 이완기능과 예후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승표 교수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증상이 없더라도 심장 손상이 심해지기 전 조기에 수술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라며 "심근의 섬유화 정도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중요한 인자다. 이번 연구는 향후 환자들의 수술 시기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학회 공식 이미징 저널인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Cardiovascular Imaging(IF 12.74)'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