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폼페이오 기자회견장 모니터에 비치는 화웨이 로고[워싱턴 AP=연합뉴스] |
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달 30일 실적발표에서 올해 6∼8월 회계 분기의 매출이 60억600만달러로, 작년 동기(48억7000만달러)는 물론 직전분기(3∼5월, 54억4000만달러)보다도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D램 분야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도 시장 전망치보다 양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주목받은 것은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아니라 화웨이 제재로 인해 다음 분기(9∼11월)에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이 회사의 부정적인 전망이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제한할 당시 납품 허가(라이선스)를 받았지만,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5일 발효된 새로운 제재로 기존의 라이선스가 무효화 된 사실을 공개하고 "정부에 새로운(new) 라이선스를 신청했지만 언제 실현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화웨이를 대체할 다른 스마트폰 판매업체를 찾는 데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론의 발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화웨이에 납품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라이선스는 불허하면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라이선스를 내줬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인텔과 AMD는 일부 품목에 대해 라이선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의 성장세가 무서운 통신과 스마트폰 등은 강력 제재를 가하는 대신 노트북과 서버 등의 반도체 공급은 허용해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이날 마이크론의 '고백'에 비추어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최소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까지는 화웨이 제재로 인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화웨이의 반도체 재고가 모두 소진돼 스마트폰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 대체 매출처로 공급이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서버용 D램 수요 감소로 3분기에 이어 최소 연말까지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점도 악재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11월 대선 이후 미국 정부가 중국과 화해 차원에서 곧바로 제재를 풀어준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반도체 기업들의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글로벌 5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면서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일부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SMIC는 화웨이(매출비율 18.7%) 비율이 높고 퀄컴(8.6%), 브로드컴(7.5%), ON세미(3.5%), 코보(2%), 사이프러스(1.2%) 등도 주요 고객이다.
업계는 중국 외 다른 기업들이 SMIC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지 못할 경우 퀄컴이나 브로드컴 등 일부 업체의 물량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수주 물량이 꽉 차 있고, 7나노미터(nm) 이상 고사양 반도체 생산이
KB증권 황고운 연구원은 "SMIC 제재로 중국 스마트폰, PC, 가전업체들이 향후 재고 확보 차원에서 한국 파운드리 업체에 긴급주문(rush order)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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