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열차 운행 중인 이형권 기관사가 마이크를 통해 객실에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울교통공사] |
지난 27일 오후 서울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에 위치한 서울교통공사 대공원승무사업소 인근에서 만난 이형권 서울교통공사 기관사(50·사진)는 코로나19 사태 후 맞는 첫 명절 연휴 근무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담담하게 이같이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이동자제 권고로 귀성을 포기하는 시민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서울 지하철에서 일하는 기관사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대부분 귀성길에 오르지 못했다. 교대근무를 하는 업무 특성상 명절 연휴를 온전히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공원승무사업소에 소속된 167명의 기관사 중 이번 5일의 연휴를 온전히 누리는 이는 없다. 이 기관사도 이번 연휴 때 추석 당일인 10월 1일부터 개천절인 3일까지 운전대를 잡는다.
이 기관사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부모님댁에서 가족·친지 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건 다른 기관사들과 같았다"며 "명절날 고향을 찾을 수 없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만큼, 차량 운행 중 방송을 통해 조금이라도 시민들의 아쉬움을 달래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명절도 없이 열차 운행에 나서는 이 기관사는 평소 방송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시민들을 위해 위로를 담은 메세지를 전해왔다. 인터뷰가 있는 이날에도 주간 근무를 한 그는 '코로나19로 고향 방문을 고민하실테지만 마음으로 정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 행복한 명절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멘트를 승객들에게 전했다고 했다. 이 기관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쳐계신 시민들께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방송을 듣고 공사 콜센터를 통해 힘이 났다고 해주시는 승객분들의 반응이 종종 있다"며 "명절에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명절인데다 귀성을 포기한 시민들의 대중교통을 통한 시내 이동 수요가 예년보다 많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 기관사는 "승객들이 객실 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거의 100% 지켜주고 계신다"며 "그런 모습들이 항상 감사하고 기관사로서 힘이 됐기 때문에 특별히 코로나로 인해 긴장하는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이 기관사는 불가피하게 귀성길에 나서기로 결정한 승객들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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