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 창업자 퇴진 후폭풍 ◆
코스피는 물론 미국 뉴욕 3대 증시는 모두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 연중 최고점을 경신한 상태다. 이 같은 증시 상승의 배경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나아가 먼 미래에 새로운 산업을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은 기술주들이 있었다.
연초 대비 주가가 5배나 오른 테슬라가 대표적이고, 수소트럭업체인 니콜라도 이 대열에 속해 있었다. 연초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니콜라의 주당 가치는 10달러에 불과했지만, 6월 34달러로 상장됐고 곧바로 주가는 79달러까지 수직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성장성에만 의존한 기술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기술주 조정이 가시화하고 있다. 사기 의혹을 받은 니콜라는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가뜩이나 9월 들어 지난 18일까지 나스닥이 9.6% 하락한 상황에서 니콜라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선도 성장산업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흐려지는 것은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K뉴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9월 들어 코스피는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이들 업종에 속한 종목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특히 니콜라 사태가 전해진 후 이들 산업군 내 종목 주가가 수직하락했다.
연초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당분간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의 돌연 사임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테마주들이 흔들리고 있고, 언택트 등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종목의 하락도 부추겼다"고 말했다.
21일 코스피 지수낙폭은 1% 정도였지만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코스피보다 더 하락한 종목군은 대부분 BBIG 관련주였다. LG화학의 경우 배터리사업 분사 이슈와 맞물려 5.9% 하락했고, 삼성SDI도 -1.6%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4%), 셀트리온(-4.5%), 네이버(-2.0%), 카카오(-2.3%), 엔씨소프트(-2.1%) 등의 상황도 비슷했다. 니콜라에 투자해 큰 폭의 평가이익을 거뒀던 한화솔루션은 실망감에 7.4%나 급락했다.
반면 3분기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삼성전자는 막판 낙폭을 줄이며 0.2% 떨어지는 데 그쳤고, SK하이닉스는 되레 1% 상승했다. 니콜라와 마찬가지로 수소기술로 주목받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2.2%, 1.0% 상승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BBIG 종목들은 니콜라와 상황이 다른 만큼 장기 상승추세는 유지하더라도 단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기술주들이 과열상태에 있었고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기술 변화는 꾸준히 올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투자 역시 지속될 만큼 옥석 가리기는 있더라도 장기 상승 추세는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결국 유동성의 힘으로 올라온 시장인데 추가 유동성 공급이 제한되면서 다른 호재가 나와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 이익의 회복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시장이 악재에 민감하고 호재에는 둔감해지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바이오나 제약주를 중심으로 한 '묻지마 투자'는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기업의 가치는 인정한다고 해도, 이에 대한 검증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주라는 것이 미래의 꿈을 사는 것이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 투자자들이 매혹되는 것"이라며 "성장주 투자는 높은 수익을 얻었기 때문에 속
김 센터장은 "4차산업혁명 관련 주식을 사면서 주주들은 기대를 갖는데 그 기대는 현실화할 확률이 높지만 어떤 기업이 주역이 될 것이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내다봤다.
[박인혜 기자 /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