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4층에서 떨어진 9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다행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생사를 가르는 심각한 부상을 이었지만 119구급대와 중증외상센터의 응급 시스템이 신속하게 가동된 덕분입니다.
14층에서 추락한 사고치고는 심장 등 중요 장기와 머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운도 따랐습니다.
◇ 사고 직후 '골든타임' 내 권역외상센터 긴급이송
오늘(9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과 경찰, 소방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시 45분쯤 119상황실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린이가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졌다"는 내용입니다.
9살 A양이 1층 화단에 떨어져 있는 것을 부모가 발견해 신고했습니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A양의 몸은 만신창이였습니다. 출혈이 심하고 의식도 없었습니다.
구급차는 A양을 태우고 내달려 50분 만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의정부성모병원에 갔습니다.
의료진이 보기에도 A양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습니다. 온몸이 성한 데가 없었습니다.
목뼈, 쇄골, 갈비뼈 등이 부러졌고 양측 개방성 대퇴골 골절까지 동반했습니다. 장기 일부도 손상됐습니다.
A양의 '손상 중증도 점수'(ISS·Injury Severity Score)는 34점이었습니다. 중증외상환자 기준인 15점의 배를 넘어 소생 확률이 매우 낮았습니다.
나중에 분석한 결과지만 미국 외상 시스템을 적용한 A양의 예측 생존율은 22%에 불과했습니다. 더욱이 이는 매우 이상적인 외상 치료 시스템을 갖췄을 때 예상치입니다.
실제 생존율은 이보다 낮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군다나 아직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이 초보 단계인 국내에서는 더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해, 2022년까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가 문을 엽니다.
권역외상센터는 중증 외상 환자 치료 시 가장 중요한 초기 시간, 즉 '골든타임'인 1시간 이내에 응급 수술을 할 수 있고 이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입니다.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는 2014년 지정해, 2018년 의정부성모병원에 문 열었습니다.
◇ 응급 수혈·수술로 고비 넘겨…경찰 "창밖 보다가 실수로 추락한 듯"
A양이 병원에 도착한 지 3분 만에 당직 의사가 수혈을 시작했습니다. 출혈이 심해 평소 A양의 몸 안에 있던 양만큼 투입됐습니다.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수혈 시기가 생존율을 좌우합니다. 수혈이 1분 늦으면 사망률이 4%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곧바로 의료진이 소집돼 권역외상센터 협진 시스템이 가동됐습니다.
생사를 가르는 응급 수술이 1시간 만에 끝나 A양은 다행히 큰 고비를 넘겼고 대퇴골까지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머리는 크게 다치지 않아 뇌 손상도 없었습니다.
두 차례 수술 끝에 A양은 현재 권역외상센터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며 의식도 돌아왔습니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A양이 자신의 방 창문 앞 서랍장에 앉아있다가 실수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양은 평소에도 이곳에서 이불을 두른 채 야경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에도 A양은 이불을 안은 채 화단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떨어지면서 나무에 걸려 충격이 완화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A양의 부모는 딸을 재우고자 방에 들어갔는데 딸이 없자 찾던 중 1층에서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습니다.
중증외상 전문의인 조항주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벼운 유아가 고층에서 추락 후 무사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9살 어린이가 14층 높이에서 떨어져 목숨을 건진 것은
그는 "다량의 열상, 골절, 출혈 등이 복합된 A양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었지만 구급대원의 빠른 이송과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이 있었고, 무엇보다 A양 스스로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견뎠다"며 "수술도 잘 된 만큼 건강하게 회복하길 바란다"고 기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