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농심] |
'깡'은 악착같이 버티어 나가는 오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깡다구도 비슷한 단어다.
깡은 된소리다. 된소리는 ㄲ, ㄸ, ㅃ, ㅆ, ㅉ 등이 들어가는 된소리는 ㄱ, ㄷ, ㅂ, ㅅ, ㅈ 등으로 구성된 예사소리보다 강하고 단단한 느낌이 든다. 발음할 때도 힘이 더 들어가 각오를 다지거나 의지를 나타날 때 사용된다.
요즘 '깡' 열풍이 불고 있다. 가수 비(정지훈)가 지난 2017년 12월 발표한 '깡'이 역주행한 효과다.
비의 '깡'이 이슈가 되면서 사람뿐 아니라 갈매기도 좋아하는 '국민 과자' 새우깡을 함께 떠올렸고, 자연스레 '밈(meme)' 대상이 됐다.
'밈'은 그리스어로 모방(Mimesis)과 유전자(Gene)의 합성어다. 문화적 모방행위 또는 파급력을 가진 콘텐츠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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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성공적이다. 비를 모델로 선보인 새우깡 광고는 유튜브에 공개된 지 40여일만에 조회수 270만건을 돌파했다.
덩달아 새우깡을 중심에 둔 농심 '깡' 시리즈의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새우깡, 감자깡, 양파깡, 고구마깡 등 '깡 시리즈' 4개 제품의 지난달 매출액은 역대 최초로 100억원을 넘겼다.
이는 지난해 월 평균 판매금액 71억원보다 40% 이상 성장한 수치로 깡 스낵 출시 이후 최대 기록이다.
새우깡의 인기는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새우깡은 1971년 12월 출시된 국내 최초의 스낵으로 출시된 지 49년이 된 현재까지도 연간 7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1971년 당시 제과업체들은 비스킷, 캔디, 건빵 등을 주로 생산하면서 스낵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절에 농심은 물리지 않으면서 부드러우며 싼 값에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했다.
농심은 이에 스낵이라는 부담 없는 형식, '새우'라는 친숙한 맛, 민족 고유의 간식인 뻥튀기를 결합하는 시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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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까닭은 새우깡의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온도가 적절치 않아 수도 없이 태우는 과정을 반복했고, 가장 먹기에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실험도 수백 번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자를 만들 때 기름에 튀겨내지만 새우깡의 경우 가열된 소금의 열을 이용해 튀겨내는 파칭(Parching)법을 창안해 새우 함량에 따른 최적의 맛과 조직감을 창출해 냈다. 그 결과 경쟁사들은 모방제품을 만들어내기에 바빴지만 외형은 모방할 수 있어도 맛과 품질은 결코 모방할 수가 없었다.
일반 파칭과 달리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뿌려준 상태에서 파칭하는 독특한 기술을 발전시켜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만들어냈다.
새우깡은 생산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지방영업소에서는 선금을 들고 찾아오는 도소매점주들로 성시를 이뤘다.
당시 서울 대방동 공장에는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첫해 생산량은 20만6000박스였지만 이듬해에는 20배가 증가한 425만 박스가 생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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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품명은 개발 당시 농심 신춘호 사장의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됐다.
신춘호 사장은 당시 새우스낵, 새우튀밥, 새우뻥 등 갖가지 이름을 놓고 고민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어린 딸이 잘못 발음한 '아리깡'에서 '아리'를 떼고 '새우'를 붙여봤더니 신기하게도 잘 어울렸다. 이에 새우와 깡을 결합한 '새우깡'을 제품명으로 결정했다.
새우깡은 국내 광고음악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1971년 출시 후 첫 제작한 새우깡 CF에는 희극인 고 김희갑 씨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CM송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사용되며, 광고음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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