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보유세 내느니 물려준다"…7월 강남아파트 증여 12배로 폭증

◆ 8·4 부동산 공급 대책 ◆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때문에 지난달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증여가 1년 새 12배 넘게 급등했다. 집을 팔아도, 보유해도 늘어나는 세금부담을 피할 수 없는 다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증여뿐인 상황이라 향후에도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의 대물림'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에서 이뤄진 집합건물 증여 신청은 6183건으로 나타났다. 집합건물은 소유자가 여럿으로 나뉜 건물인데, 증여 대상이면 대부분 아파트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0년 이후 7월 수치로는 역대 최고치일 뿐 아니라 지난해 같은 달 820건보다 654% 더 많은 것이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송파·서초 등 강남 3구에서 증여가 집중됐다. 지난달 강남구는 856건, 송파구와 서초구에서는 각각 650건과 604건이 신고됐다. 강남 3구 전체로는 2110건으로 1년 전 같은 달 170건에 비해 무려 1141%나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증여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로 작년 7월 20.7%보다 커졌다. 현행법상 상속은 6개월, 증여는 3개월 내 신고가 원칙이어서 앞으로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아파트 증여는 7·10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7월 1~10일만 해도 40~70건대를 유지하던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대책 발표 직후인 11일 184건으로 치솟은 뒤 월말까지 300~400건대를 이어갔다. 특히 강남 3구에서는 7월 1~10일 하루 평균 16건에서 11~31일에는 132건으로 8배 넘게 뛰었다. 이는 7·10 대책 때문에 양도세와 보유세 중과를 맞게 된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피할 대안으로 증여를 선택한 결과다.
바뀐 세율에 맞춰 서울 내 공시가격 합계 62억원어치 3주택을 보유한 소유주가 이 중 공시가격이 15억원 상당인 1주택을 20억원에 매각하면서 차익 9억원을 거둘 때 내야 하는 양도세는 6억718만원, 팔지 않고 3주택을 보유할 경우 내년에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 총액은 공시가격이 10%만 오른다고 가정해도 올해보다 140%나 더 비싼 2억5700만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세는 6억140만원으로 양도세보다 작고, 주택 수가 줄어들면서 종부세 중과 부담도 축소된다.
또 이르면 8월부터 증여·취득세가 인상될 것이라는 소식에 그 전에 빨리 증여를 끝내려는 '막차'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자산가들은 증여세든, 증여취득세든 어차피 자녀에게 물려주려면 언젠가는 낼 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