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캡틴 민병헌(33)이 허문회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재치있는 홈 슬라이딩이 반격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모양새다.
롯데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2로 이겼다. 4회가 승부처였다. 1-2로 뒤진 4회초 집중력을 발휘해 3점을 뽑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 24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벌어졌다. 4회초 1사 2,3루에서 롯데 2루 주자 민병헌이 정훈의 안타 때 득점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그리고 민병헌 차례였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민병헌이었다. 이 경기 전까지 시즌 타율이 0.241이었고, 최근으로 범위를 좁히면 더 좋지 않았다. 지난 10일 사직 두산전부터 8경기 기준으로 3안타에 그치는 민병헌이었다.
민병헌은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이 끝나고 허문회 감독을 만나 2군행을 자청했다. 주장과 고액연봉자라는 막중한 책임감에 부진은 더욱 깊어졌다.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19일 삼성전부터 월요일 휴식일까지 포함해 이틀이란 시간을 줬다. 21일 문학 SK전은 대타로 한 타석만 출전했다. 22~23일은 비로 경기가 취소됐다.
무사 1, 2루 찬스 원래의 민병헌이라면 강공으로 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민병헌은 번트 자세를 취했다. 주장으로서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그리고 침착하게 번트를 댔다.
여기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병헌의 번트 타구를 잡은 최원태는 1루가 아닌 3루를 택했다. 야수선택으로 주자는 모두 살았다. 무사 만루. 민병헌도 살았다. 이어 김준태가 범타로 물러났지만, 정훈 타석 때 바뀐 투수 양현의 폭투로 2-2 동점을 만든 롯데였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정훈의 중전 적시타가 나왔다. 3루주자 안치홍은 무난히 세이프, 3-2로 롯데가 역전했다. 그런데 민병헌도 홈까지 이를 악물고 뛰었다. 키움 중견수 박준태의 홈 송구는 정확했고, 포수 박동원의 미트에 빨려들어갔다. 타이밍 상으로는 아웃이었다. 최초 아웃판정이 나왔다.
그러나 민병헌은 강하게 세이프를 주장했다.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렸다. 롯데 벤치도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느린 그림상으로 보면 민병헌은 박동원의 미트를 피해 왼손으로 홈플레이드를 정확히 찍었다. 판정은 번복됐다. 4-2로 흐름이 롯데로 넘어갔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박세웅은 경기 후 “(민)병헌이 형이 확신을 했고, 그러면서 더그아웃 안 모두가 확신할 수 있었다”며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승부에 영향을 미친 슬라이딩이었다.
절묘한 득점 이후 민병헌은 5회초 세 번째 타석 때 2스트라이크 노볼에서
롯데는 8월부터 대반격을 예고했다. 민병헌의 반등 조짐도 좋은 징조라 볼 수 있다. 롯데 캡틴 민병헌이 팀과 함께 살아날지 지켜볼 일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