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진 혐의(공무집행방해, 건조물침입죄)로 구속 기로에까지 섰던 정창옥 씨(57)가 당시 행동은 계획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20일 저녁 정씨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개원식에 갔다가 방청이 불허돼 허탈한 마음으로 국회의사당 주변을 맴돌다가 우연히 기회가 다가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스스로를 경기도 안산에서 가출 청소년을 돌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만약 제가 계획을 했다면 문 대통령이 나오는 시간과 나오는 형태를 사전에 체크했을 것이다. 기자들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 맞힐 수 있도록 했을 것"이라고 했다. "더워서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마침 문 대통령이 그곳을 지났을 뿐"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저는 사람을 맞히려는게 아니라 상식과 원칙과 도덕을 내팽개친 뻔뻔한 좌파를 향해 던진 것"이라며 "목표는 레드카펫이었고 그곳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당시 책 1권과 휴대전화도 소지했으나 던지기에 마땅치 않아 신발을 던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씨는 앞서 지난 16일 오후 3시 19분께 개원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신발을 벗어 던졌다. 그는 당시 신발을 던지며 "지금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냐" "가짜 평화주의자, 가짜 인권주의자 문재인"이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은 신발에 맞지는 않았지만 정씨가 외치는 소리는 고스란히 들었다.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7일 "정씨를 조사한 결과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19일 구속의 상당성과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정씨는 북한인권단체 '남북함께국민연합' 공동대표로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1995년 연극배우 일을 할 당시 지도하던 고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저는 강간한 적이 없으나 그 아이의 말 한마디 때문에 구속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씨의 '신발 투척' 행위를 차용한 퍼포먼스가 지난 주말 열리기도 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500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시민들은 정부의 '6·17대책'과 '7·10대책'에 항의하며 "정부가 다주택자를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 대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정씨가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진 행위를 재연하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이라는 온라인 카페 회원들이 중심이 된 이번 집회 참여자들은 지난 1일부터 '김현미 장관 거짓말', '조세저항 국민운동' 등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실검)에 올리는 '실검 챌린지'도 주도하고 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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