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사고 현장에 수시로 투입되며 심신의 고통을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에게 법원이 처음으로 순직을 인정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공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박자은 기자입니다.
【 기자 】
소방관 A씨는 지난 2015년 4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타살 혐의점은 보이지 않았고, 지난 2010년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던 A씨가 증상이 나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23년간의 소방관 경력 중에서 10년 넘는 시간 동안 참혹한 사고 현장을 목격했던 A씨.
2014년 승진하며 구급대원 일에서 빠지는 줄 알았지만,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6개월 만에 현장 업무로 복귀했고, 이후 공황장애 증상 등이 더 심해졌습니다.
유족은 A씨가 업무 때문에 고통받았다며 인사혁신처에 순직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직무와 관련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유족은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고법원은 "A 씨가 업무로 인한 극심한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행위선택 능력·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구할 수 없을 상황에 이르러 숨졌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A씨를 구급 일로 복귀시킨 건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고 있던 대원을 앞으로도 구급 일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A 씨가 격무 중 얻은 절망감을 인정했습니다.
소방관 10명 중 4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각종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적 고통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박자은입니다.[jadooly@mbn.co.kr]
영상편집 : 최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