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촉발한 국경차단의 시대, 극장가에서도 외부의 침입자를 퇴치하는 영화가 대세다. 나날이 높아지는 관객 안목을 맞추기 위해 외계인부터 좀비들까지 인간의 안녕을 괴롭히는 생명체의 침입 방식도 갈수록 고도화한다. 수비 입장인 인류의 방어책 역시 창의적으로 진화 중이긴 마찬가지다. 반면, 일부 작품은 '나'와 '너'를 가르는 경계에 인간 중심적인 시선이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반성하려는 수정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인베이젼 2020': 지구 70%를 차지하는 물은 인류 최대 약점
↑ '인베이젼 2020'에서 외계인들이 물을 활용해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사진 제공=조이앤시네마> |
이 영화 제작진은 과거 '엣지 오브 투모로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만들며 SF 팬의 높은 신뢰를 받아왔다. 두 작품은 한국에서도 흥행해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469만 여 명, '다크 페이트'가 241만 여명을 모았다. 홍보사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삽입하며 이번 작품이 현 시기와 어울림을 강조했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고, 어떠한 재난도 인류를 꺾을 수 없다."
◆ '블랙아웃: 인베이젼 어스': 정전시켜 공격하는 외계인의 침투
↑ '블랙아웃: 인베이젼 어스'의 외계 존재는 인류를 제압하기 위해 전세계를 정전시켜버린다. <사진 제공=조이앤시네마> |
◆ '반도': 한반도를 놀이터 삼아 뛰노는 좀비들,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 7월 15일 개봉하는 '반도'의 좀비들이 한반도를 놀이터 삼아 뛰놀고 있다. 강동원은 이들을 피해 한반도를 탈출하려 한다.<사진 제공=NEW> |
◆ 적을 구분하는 건, 인간 중심적 시선이 아닐까? '#살아있다'와 '킬 스위치'
↑ '#살아있다' 주인공 유아인이 좀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창문까지 가리며 완벽한 방역 체계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이 영화 속 좀비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 본인의 직업 특성을 유지한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유아인이 주연한 '#살아있다'가 그 좋은 예다. 이 영화는 그간 K좀비물로 형용된 작품 중 최고로 짜릿한 액션을 선보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차별화한 시각을 보여준다. 바로 좀비를 죽이는 건 살인이 아니냐는 물음이다. 이 영화에서 좀비들은 좀비가 되기 전 직업인으로서 가졌던 특색을 온전히 유지한다. 소방관 유니폼을 입은 좀비는 로프로 벽을 타오르며, 경비였던 좀비는 아파트 시설물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그들도 불과 며칠, 또는 몇 분 전엔 주인공과 마찬가지의 일상을 누렸음을 인지하게 만드는 장치다. 죽여도 마땅한 것과 아닌 존재 사이엔 백지장 같은 차이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24일 개봉과 동시에 2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개봉일 관객으로는 5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으며 27일까지 약 80만 명을 모았다.
↑ 영화 '킬 스위치'에서 하늘로부터 기차가 떨어지고 있다. 인류는 평행우주 '에코'를 만들어 그곳의 에너지만을 취하려 했지만, 에코가 지구의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난관을 겪는다. <사진 제공=콘텐츠게이트>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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