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7 부동산 대책 / 부동산 전문가 5인 긴급진단 ◆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이번에도 공급 확대책 없이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장 진정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도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다. 여기에 하반기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3차 추경과 3기 신도시 토지보상자금 유입 등 부동자금이 대량으로 풀릴 전망이라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원천봉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재건축 규제 강화로 공급까지 크게 위축시키기 때문에 단기 조정을 거쳐 장기적으로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테이터랩장도 "미국 저금리 기조가 2022년까지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서울 집값이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들어가겠지만 급격한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단기적인 시세 타격을 가장 먼저 받게 될 곳은 강남권 재건축 초기 단지로 전망된다. 앞으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에서 조합원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등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재건축 초기 단지는 가격 조정을 받겠지만 관리처분인가 등을 받은 재건축 막바지 단계의 단지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희소성이 올라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래부터 대출이 적거나 불가능한 9억원 이상 서울 고가주택이나 실수요가 많은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우려만큼 급격한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번 대책에는 수도권 주요 규제지역에서 시가 3억원이 넘는 집을 사면 전세대출을 곧바로 회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보금자리론(6억원 이하만 가능)을 받아 집을 사면 3개월 내에 전입해야 하는 등 규제도 신설돼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의 시세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번 규제는 본인은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살면서 서울·경기에 괜찮은 9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사려고 했던 30·40대 실수요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함 랩장은 "최근 상승세가 가팔랐던 9억원 이하 서울 중저가 아파트도 규제 영향을 받아 당분간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4만1562가구에서 내년 2만4040가구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9억원 이하 주택은 워낙 실수요가 많아 가격이 많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 역시 "갭투자를 막기 위해 3억원 이상 주택 구입 시 전세대출을 회수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40%)은 같아 담보대출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새롭게 조정지역에 포함된 수도권 및 지방 도시는 실수요보다는 원정투자, 갭투자 등 투기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린 만큼 거래 위축 및 시세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원, 안양, 안산 등 그동안 풍선 효과로 가격이 급등했던 수도권 지역은 분양권 전매 제한 등으로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피해자가 무주택 실수요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전입 의무화 등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은 먼저 전세를 끼고 집을 사고 2년 후 입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원천 봉쇄된 셈"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도 "무주택자 입장에서 하나의 사다리를 걷어찬 셈"이라며 "적어도 실수요자에게는 대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으로 김포, 파주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이나 대전, 청주를 제외한 지방 대도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