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발언을 두고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또 남측의 특사파견 요청 사실을 공개하며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전했다.
북한이 남측 자산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날인 17일 김여정은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은 15일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를 맹비난하며 "맹물먹고 속이 얹힌 소리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고 했다. 또 "자기변명과 책임회피,뿌리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것을 느꼈다"고 했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과 북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특유의 어법과 화법으로 《멋쟁이》시늉을 해보느라 따라읽는 글줄표현들을 다듬는데 품 꽤나 넣은 것 같은데 현 사태의 본질을 도대체 알고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장문의 담화를 낸 김여정은 곳곳에서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 "비굴함과 굴종의 표출", "구접스러운 모습"이라며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김여정은 특히 남측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4·27 판문점 선언에 반하는 것이라 강조하며 "도대체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조선당국이 이행해야 할 내용을 제대로 실행한 것이 한 조항이라도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또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며 "북남합의보다 동맹이 우선이고 동맹의 힘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맹신이 남조선을 지속적인 굴종과 파렴치한 배신의 길로 이끌었다"고 폄훼했다. 북한은 이같은 김여정 담화를 북한주민들도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도 실었다.
이날 북한은 기관지들을 통해 남측이 북측에 특사파견을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남조선당국이 15일 특사파견을 간청하는 서푼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동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고 하면서 방문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특사파견 제안을 거부하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향후 상당 기간 남북관계의 단절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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