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수습 전담 신설운용사 출범…"중징계·분쟁조정 본격화"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유례없는 대규모 환매사태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후속 처리를 위해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이 직접 나선다. 판매 책임이 있는 증권사 및 은행사는 '라임 사태' 자산 회수와 보상 등 수습 관리 등을 위한 신설 운용사를 출범한다. 이른바 가교 운용사 설립이 구체화됨에 따라 투자자 자산 회수는 물론 라임운용 및 판매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도 속도가 붙을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라임 펀드 판매사 20곳은 라임 펀드 이관·관리를 위한 가교 운용사 설립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추진단을 구성 등 구체적 방안 마련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가교 운용사는 앞으로 6년여 동안 라임펀드 투자자산 회수를 위해 운영된다. 다음달 법인 설립을 마치고 금융당국의 전문사모운용사 등록 심사 등을 거쳐 오는 8월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앞서 주요 판매사들은 라임자산운용이 집합투자업자로서의 신뢰 상실은 물론 기초자산에 대한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신뢰할 수 있는 운용사에 펀드 이관을 통한 추가 불법 행위 차단과 빠른 자산 회수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투자자 보호책임이 있는 기존 판매사의 공동 출자를 통해 신설 운용사에 펀드 이관이 최적의 방법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라임펀드 사태의 중간 발표 간담회를 진행한 금융감독원은 펀드 운용과 관리로 부실자산을 직접 인수해 회수하는 역할을 하는 '배드 뱅크'와 이번 가교운용사의 성격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동회 금감원 부원장보는 "펀드 이관은 불시에 발생 가능한 라임자산운용의 업무 중단 등에 대비해 진행하는 것으로 판매사와 감독당국의 책임 회피 목적이 아니다"라며 "신설 운용사는 문제가 된 펀드를 이관, 운용하는 집합투자업자로서 관리자 성격"이라고 말했다.
즉, 펀드 이관 외 자체 자금으로 자산을 별도로 인수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 부원장보는 라임사태의 후속 제재는 잔여 펀드의 관리 방안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펀드 이관과 동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라임 펀드 자산에 대한 가교 운용사로의 이관 완료 시기인 8월 말께 금융회사와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도 병행될 전망이다.

↑ 라임 펀드 판매사 공동대응단이 발표한 가교 운용사의 설립 추진 계획

라임 펀드 판매사 공동대응단에 따르면 가교 운용사의 설립 자본금은 50억원이다. 각 판매사는 기본적으로 5000만원씩 출자하고 환매중단 펀드의 판매잔고 비중에 따라 추가 출자한다. 이중 펀드 판매 규모가 가장 큰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신한금융투자 17.6%·신한은행 6.4%)가 24% 지분율로 최대주주를 맡고 단일 법인 중 최다 판매액을 기록한 우리은행이 두 번째로 높은 20% 수준이다. 이후 최종 출자 비중은 추후 주주 간 계약을 통해 확정된다.
이관되는 펀드는 라임운용의 4개 모펀드로 들어간 173개 자펀드 등 대부분 자산이다. 이관되는 라임펀드는 모펀드 기준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런스(CI)펀드 등 총 1조6679억원 규모다.
또 구성 인력은 외부 전문인력을 위주로 재구성하되, 라임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기존 라임 직원도 승계될 예정이다.
이날 업무협약 체결 후 우선 주요 판매사를 중심으로 설립추진단을 구성하고, 6월 말까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다. 설립추진단은 이후 법인 설립, 운용사 등록, 펀드 이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라임 펀드의 계약 기간이 2025년으로 설정돼 있어 최종 손실액 확인 후 배상처리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분쟁 조정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
김철웅 분쟁조정2국장은 "펀드의 분조 요건을 살펴보면 먼저 손해가 확정되고 손해액이 나와야 배상비율, 배상규모 정해진다"며 "손해액은 가교 운용사 설립됐다고 바로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라임자산운용뿐 아니라 판매 증권사 3곳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별도 발표했다.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에 대해서는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긴 상태다. 또 KB증권에 대해서는 지난 5일 현장 검사를 마무리한 후 검찰 자료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15일 라임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시작한다.
[김규리 기자 wizkim61@mkinter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