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웅 티캐스트 대표가 씨네큐브 좌석에 앉아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
씨네큐브를 운영하는 강신웅 티캐스트 대표(56)를 광화문 집무실에서 만나 '영화관 20살 생일'을 맞는 소감을 물었다. "그간 많은 극장이 멀티플렉스로 통합됐죠. 극장 산업의 변화가 극심한 시기를 겪고도 예술영화관으로 오래 자리할 수 있었던 것에 관객들에게 감사합니다."
◆ 상업영화 배제하고 예술영화 집중한 게 롱런 비결
한국 씨네필에겐 성지 같은 씨네큐브이지만, 모두가 롱런을 예상했던 건 아니다. 특히, 2009년 운영주체가 백두대간에서 방송채널사용업자 티캐스트로 바뀐 이후 상업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외려 씨네큐브는 이전보다 더 엄격한 작품 선정 기준을 적용해 예술영화관 정체성을 또렷이 했다.
"상업영화를 배제하고 예술에 초점을 맞춘 영화만 틀어 색깔을 더 선명하게 했습니다. 상영작 퀄리티가 높아지니깐 극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됐어요. 우리가 직접 수입배급한 작품이 성과를 내기도 했고요. 극장의 핵심 상품은 역시 영화죠."
↑ 씨네큐브 티켓 창구 앞 모습. 다른 영화관처럼 팝콘이나 콜라를 판매하지 않는다. 영화에 집중하길 원하는 관객을 배려하는 차원이다. [사진 제공 = 씨네큐브] |
수익 극대화를 도모했다면 체인점화를 검토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인이 존중 받고, 관객이 배려 받는 영화관을 만든다는 본래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선 확장 정책은 시행하지 않았다. 영화관 사업의 짭짤한 부수입이 되는 팝콘도 팔지 않는다. 상영관 내 취식을 금지하고, 10분 지각한 관객은 입장을 시키는 대신 돌려보내며,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가기 전엔 점등도 하지 않는다.
"제 딸도 한 번 돌려보내졌어요. 딸이 그 이야기를 하기에 '다음엔 시간을 지켜라'라고 말해줬죠.(웃음)"
◆ OTT 공세에도 살아남을 방법 "더 날카롭게 취향저격"
티캐스트는 '패션앤', '스크린', '폭스' 등 다양한 방송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영화팬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은 대한민국 유일 여성영화 방송 '씨네프(cineF)'다. 전체 편성 중 31%를 여성이 연출했거나, 시나리오를 썼거나, 주요 배역을 맡은 영화로 채운다. 나머지 69%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했거나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 받은 예술영화를 주로 튼다. 올해로 개국 10주년을 맞았다.
↑ 예술영화의 성지 광화문 씨네큐브 1관을 위에서 찍은 모습. 현재는 좌석 간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전체 좌석 중 최대 50%만 채운다. [사진 제공 = 씨네큐브] |
강 대표는 씨네큐브 40주년도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제일기획, 삼성영상사업단, 티브로드 폭스코리아 등 콘텐츠 전 영역을 거치며 산업 메카니즘을 이해한 그는 상영업자 제1임무로 수작(秀作)의 큐레이션을 꼽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들러도 항상 볼 만한 영화가 걸려 있는 극장"이라는 신뢰만 계속 줄 수 있으면 씨네큐브가 100살 생일을 맞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 강신웅 티캐스트 대표가 씨네큐브의 운영 철학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다만 올해는 개관 20주년을 마냥 기뻐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원래 방송업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씨네큐브의 낮은 매출을 보전하는 식이었는데, 올해는 양쪽 다 적자다. 방송에서는 시청률이 오르지만 광고매출이 40% 가까이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 기관들에 한 마디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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