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이 김일성 전 주석의 신격화 도구로 이용됐던 '축지법'과 관련해 과거 김 전 주석 스스로가 이를 부정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과거 김일성 전 주석 스스로가 축지법은 물리적으로 가능한 게 아닌 상징적인 의미였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축지법의 비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일성 전 주석이 지난 1945년 11월 인민들이 모여 있는 소규모 연회장에서 한 청중의 부탁으로 축지법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전 주석이 일제강점기 항일유격대 시절을 회고하며 한 이야기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김 전 주석이 이끄는 항일유격대는 위장·매복 전술로 일제의 토벌대를 몰살시키곤 했다. 위장·매복 전술을 알아차리지 못해 매번 당했던 일제가 항일 유격대가 축지법을 쓴다는 이야기를 전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일제놈들은 유격대가 축지법을 쓰고 신출귀몰한다고 비명을 올리곤 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주석은 그러면서 "사실 사람이 있다가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땅을 주름잡아 다닐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항일무장 투쟁시기에 일제와 싸워 이길 수 있은 것은 인민대중의 적극적인 지지와 방조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축지법'이 있다면 그것은 인민대중의 '축지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가 김 전 장군의 축지법을 부인하고, 그 스스로가 이에 대한 설명을 내놓았다고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김씨 일가를 우상화하는 데 축지법을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고등중학교(6년제) 국어 교과서에는 김 주석이 축지법을 사용하고, 종이에 그린 지도를 이용해 공간 이동을 자유자재로 한다고 묘사돼있다. 1996년에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축지법을 쓴다는 내용의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라는 선전가요가 제작되기도 했다.
이는 김정은 체제 들어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선전·선동 방식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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