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 공식 발표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현지시간 27일 제기됐습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예일대가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3월1일부터 4월4일까지 미국에서 1만5천400명이 '초과 사망'(excess death)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초과 사망'이란 독감이나 전염병 등 특정 원인 탓에 통상 기대되는 규모를 넘어서 더 많은 사망이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기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8천128명으로 보고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폭증한 시기에 코로나19 외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 못지않게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는 얘기입니다.
이 '초과 사망' 중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망자가 코로나19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WP는 선을 그었습니다.
코로나19 이외의 전염병에 걸려 병원에 가지 않은 채 사망했을 수도 있고, 자살이나 살인, 오토바이 사고사가 증가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전염병 상황에서든 평소보다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것은 해당 질병에서 파생하는 전체적인 영향을 이해하는 첫 단추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예일대는 해당 5주간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가 지난 24일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전국과 주(州) 단위의 사망률 추이를 최초로 연구했습니다.
다니엘 와인버거 예일대 감염병 교수는 "여러 주에서 독감과 유사한 질병을 목격했고, 이후 1~2주 후에 폐렴과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했다"면서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보고된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확한 숫자를 알아야 정부와 보건 당국도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화하고 다른 장소에서는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확한 전국적인 통계가 있어야 코로나19의 심각성과 이에 따라 경제 악영향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입장 때문에 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고, 검진 역량을 높이는 데 실패함에 따라 몇 주간 코로나19를 탐지하지 못했다는 게 WP의 지적입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다른 원인에 따른 사망자까지 포함되면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부풀려졌다고 반박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사망자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다른 여러 나라도 검진 장비가 부족해 같은 일이 벌어져 사태의 규모를 가늠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NCHS는 최근 들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는 별개로 각 주의 보고를 토대로 별개의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NCHS의 통계조차 예일대가 파악한 규모의 3분의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몇몇 주가 코로나19 공식 사망자 현황을 수정하지는 않더라도 관련 가능성이 있는 사망자를 통계에 추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시를 제외한 뉴욕주에서는 4일 현재 코로나19 사망자가 1천22명으로 나왔지만, 여기에 1천700명을 더 포함해야 한다는 게 예일대 연구팀의 분석 결과입니다.
이와 관련,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사견을 전제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정확하지 않고 더 많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사망자는 병원이나 요양원 사망자만 포함하고, 집에서 사망한 경우는 넣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저지에서도 이번 연구 기간에 9천854명이 사망했다고 보고됐으나, 예일대 연구팀 기준으로는 2천200명이 추가돼야 합니다.
실제로 뉴저지의 한 병원에서는 심장병에 따른 심폐소생술 건수가 주당 2∼3회였으나 현재는 하루에 2∼3회로 늘었습니다.
또 다른 도시에서도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911 신고 전화가 급증했지만,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진하는 경우가 적고 이에 따라 공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