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사태로 타이슨푸드·JBS· 스미스필드 푸드 등 글로벌 육류 가공업체들이 공장 문을 닫자 미국 내 돼지고기 3분의 1을 공급하는 아이오와 주에서는 수천 마리 돼지들이 대량 살처분 당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새끼를 가진 암퇘지들은 낙태 주사를 맞는다. [사진 제공 = 아이오와돈육협회] |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면 납품할 때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조바심이 들었지만 '농부는 생명을 키우는 일'을 하지 죽이는 일을 하는 건 아니라는 자부심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는 아이오와 주 경제와 '고기 산업'에 줄줄이 엮인 농장 주인·동물들을 뒤흔들었다. 아이오와 주 정부는 최근 농장 주인들과 함께 수천만 마리 돼지들을 대규모 안락사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텅 빈 도살장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빈 건물에 돼지들을 한 데 모아 살처분하고 새끼 밴 암퇘지들을 낙태시키는 계획이 오갔다.
↑ 육류 가공 작업은 기계·자동화에도 불구하고 사람 손이 필요한 노동 집약적 특성이 있다. 미국 최대 육류 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지만 워싱턴·인디애나·아이오와 주 일대 공장 생산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 타이슨푸드] |
아이오와 주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돼지 3분의 1 공급을 도맡는 미국 최대 돼지 농장지대다. 이 지역에서만 매일 베이컨·햄·소시지 등 가공식품 용도로 돼지 51만 마리가 도살장에서 도축된다. 하지만 도살장이 하나 둘 폐쇄되면서 지금은 작업이 평소의 5분의 1 정도 줄어들면서 매일 10만5000마리 돼지들이 '잉여 돼지' 신세로 전락해 갈 곳을 잃었다고 WSJ는 전했다.
↑ 육류 가공 공장 폐쇄 여파로 농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27일 킴 레이놀즈(공화당) 아이오와 주지사는 미국 상원과 연방 정부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정부가 가축 살처분과 사체 폐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의 지원을 요청했다. [자료 제공 = 아이오와 주 공개 자료] |
주지사가 대량 살처분을 언급한 이유는 돼지 사육 특성 때문이다. 소는 건물 바깥 목초지에 놔둘 수 있지만 돼지는 '상품성'측면에서 살을 찌우기 위해 건물 안에서 온도를 맞춰가며 키운다. 농장이 들여온 새끼 돼지가 일정 몸무게 이상으로 자라면 살 때문에 무릎을 다치는 등 부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사육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회전율'도 중요하다.
↑ 미국 육류 시장에서는 효율성 논리에 따라 분업이 세분화 됐고 각 과정마다 비용에 따른 판단이 이뤄진다. 수지가 안 맞으면 새끼 소나 돼지들이 농장에서 버려질 수 밖에 없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우유 전쟁`] |
↑ 아이오와 주에서 암퇘지를 키우는 알 반 비크씨는 요즘 새끼 밴 돼지들에 낙태 주사를 놓고 있다. 농장들이 새끼 돼지를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아이오와 돈육생산협회] |
아이오와 주에서 새끼 돼지 공급 농장을 운영 중인 딘 메이어씨는 "우리 농장을 포함해 인근 농장 9곳이 갓 태어난 새끼 돼지를 죽이고 있다"면서 "최근 1주일 새 태어난 돼지 5%에 해당하는 125마리를 안락사했는데, 자꾸 수가 늘어날 것 같아서 마음의 짐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메이어씨는 "조그마한 새끼 돼지 사체는 퇴비 비료용으로 쓰는데 새끼 돼지를 낳지 않게 하기 위해 암퇘지와 수퇘지도 죽인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끼 돼지'를 농장에 대는 도매업체 컨스 앤 어소시에이츠의 일부 공급자들은 새끼 돼지를 농장에 무료 분양도 하고 있다. 새끼 돼지를 공짜로 주면 한 마리에 38달러씩 손해를 보지만 어차피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해가며 나선 것이다.
↑ 미국의 한 닭 농장 풍경.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가운데 닭 농장 주인들은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닭을 키우지만, 이들을 차마 죽일 수 없어 눈물흘리는 상황이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부패의 맛`(Rotten)] |
젖소 농장도 안타까운 현실에 놓였다. 위스콘신 주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 중인 농부 두 명은 로이터통신과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서 "우리가 우유를 납품하는 회사가 우리더러 우유를 그냥 버리라고 강요했다. 어떻게 귀한 먹을 것을 버리라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어 반발하자 최근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일은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일어난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 돼지가 줄줄이 안락사해 언덕에 버려졌고 퀘벡 주에서는 돼지 9만2000마리가 살처분 운명에 놓였다.
농장 사람들에게는 변덕스러운 기후변화, 미·중 무역 전쟁보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뼈저린 절망으로 다가온다. 농부들이 애지 중지 키운 닭과 돼지의 목숨이 한꺼번에 살처분 당할 정도로 값어치가 떨어진 한편에서 정작 소비자들이 사는 고기와 달걀 값은 폭등하는 현실이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4월 13~18일 한 주 동안 달걀 소매가격은 40%가까이 뛰었고, 신선 닭고기 소매 가격은 5.4%, 소고기는 5.8%, 돼지고기는 6.6% 올랐다.
시장에서는 고기 가격 폭등세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돼지고기 생산이 평소 때보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