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경기 하락으로 주택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한 가운데 시세가 수십억 원을 넘는 초고가주택 시장에서는 되레 호가를 더 올려 제시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희소성을 무기로 수백억 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슈퍼 리치' 계층을 겨냥해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배짱 영업'이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한남더힐' 전용면적 240㎡ 펜트하우스가 최근 시세 100억원 가격표를 달고 부동산 매물로 등록됐다. 거래가 성사되면 한남더힐 매매가격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기존에는 올해 1월 전용 244㎡가 84억원에 거래된 게 최고 기록이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펜트하우스와 유사한 평형은 지난 1월 73억원에 계약된 바 있다. 1월 이후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것을 감안할 때 불황에도 시세표를 전 계약 대비 27억원이나 높게 써붙인 매물이 접수됐다. 한 주택거래업체 임원은 "기존 소유주가 본인이 아파트를 살 때 지불한 금액에 소정의 시세차익을 얹고 내야 할 세금 일부까지 고려해 시세를 정했다"며 "현재 집주인이 초고가주택을 전담하는 중개업체 몇 곳에만 알음알음 팔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소재 '갤러리아포레' 등 다른 초고가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최근 잇따른다. 지난해 12월 56억5000만원에 팔린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는 최근 60억원이 찍힌 가격표를 달고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해 8월 34억5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195㎡는 지난달 23일 시세가 2억5000만원 오른 37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이보다 호가를 1억원 올린 38억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정성진 어반에셋 대표는 "초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계층 다수는 대출을 전혀 조달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아 이자 부담 등에 쫓기지 않는다"며 "경기와 무관하게 내가 생각하는 가치만큼 집값을 받아야겠다는 심리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초고가주택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례도 있다. 서울 매봉역 앞에 위치한 로덴하우스 이스트빌리지도 이달 초 최고층(19층·전용 245㎡)이 50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를 매입한 사람은 같은 단지 15층에 살던 기업가로 알려졌다. 해당 단지 18층은 2013년 10월 33억원에 팔린 바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초고가주택 역시 불황을 비켜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급주택 분양대행업체 미드미D&C의 이월무 대표는 "호가를 높인 매물이 나와도 실거래로 이어지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며 "경기 위축 여파로 고가주택 수요자가 줄면 시세도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장원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