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시즌 때도 이렇게 던진다면 좋겠다.”
지난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 1·2군 자체 연습경기가 끝난 뒤 잠수함 박종훈(29)은 유쾌하게 웃었다. 이날 퓨처스팀(2군) 선발로 나섰던 박종훈은 5이닝 동안 66구를 던져 5피안타(1홈런) 1볼넷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4회 수펙스(1군) 한동민에게 우월 홈런을 맞은 게 옥에 티였다.
물론 자체 연습경기에서의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박종훈에게는 다소(?) 의미가 있었다. 자체 연습경기에서 죽을 쑤던 박종훈이 그나마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게 던졌기 때문이다.
↑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와이번스 자체 연습경기 퓨처스(2군)와 수펙스(1군)경기가 열렸다. 퓨처스 선발 박종훈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박종훈도 이날 경기 끝나고는 “정규시즌 때 오늘처럼만 던졌으면 좋겠다”며 “앞선 등판보다 안타를 적게 맞았다”고 말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전은 자체 연습경기뿐이라 점검 차원의 성격이 크긴 하다. 이날도 박종훈은 “땅볼 유도에 집중했는데, 계획대로 됐다”고 설명했다.
앞선 경기 실점이 많았던 것도 계획대로였다. 그는 “지난 경기 때 안타 많이 맞으려고 했는데 진짜 많이 허용했다”며 “3구 안에 안타를 맞으려고 했다. 포수 (이)홍구 형이 3구 안에 맞자고 하더라. 진짜 3구 안에 계속 맞더라. 투낫스윙 때 목표를 잡고 던졌어야 했는데 흐지부지하게 던진 것 같다. 오늘은 생각을 바꿔 어떻게 던질 지 계획을 확실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자체 청백전은 같은 팀 동료끼리 경기이기에 집중력과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계속 얻어맞으면서 박종훈은 집중력이 더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훈은 “안타를 맞고 실점하면 청백전이라고 해도 화가 나면서 긴장감이 생긴다. 정말 긴장감 없이 경기에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땅볼 유도는 나름 효과가 있었다는 박종훈 스스로의 평가다. 그는 “안타를 맞더라도 땅볼을 유도하자는 생각이었는데, 괜찮았다. 시즌 때도 땅볼이 테마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이날 한동민에게 맞은 구종이 자신의 주특기인 커브이지만 박종훈은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 2볼이나 3볼에도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이탈한 SK선발진에서 박종훈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