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나이만 베테랑이죠. 뭐.”
사람 좋은 웃음. LG트윈스 포수 이성우(39)의 인상은 푸근하다. 1981년생인 그도 어느새 마흔 줄에 들어섰다. 한국식 나이로는 마흔, 불혹(不惑)이다.
“감사하죠. 올해가 마지막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던 게 4~5년전입니다. 저도 제가 마흔살에 야구를 할 줄 몰랐어요. ‘덤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LG 트윈스가 4일 오전 잠실야구장에서 2020 프로야구 시즌 대비 훈련을 가졌다. LG 이성우가 볼을 던지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2013시즌까지는 매 시즌 10경기에서 15경기 정도 1군에 얼굴을 비췄다. 30대 중반인 2014시즌 63경기, 2015시즌 79경기에 출전하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넓혔다. 2017시즌 초반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 SK로 돌아갔고, 이재원(32)을 받치는 백업포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린 이성우는 처음으로 우승 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그리고 또 다시 방출. 구단은 은퇴 후 전력분석원을 권했지만, 이성우는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객관적으로 봐도 마흔 줄에 접어든 백업포수에 매력을 느낄 구단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LG가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이성우는 다시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2019시즌 이성우는 나이를 잊었다. 아니, 나이를 거슬렀다. 역시 주전포수 유강남(28)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20년 만에 프로 생활 첫 끝내기 안타를 때리는 짜릿함도 맛봤다. 그렇게 이성우는 불혹까지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시즌 개막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프로 21년차 이성우도 “이런 적은 처음이다. 다른 선수처럼 저도 집과 야구장을 오가고 있다”며 “훈련 끝나고 집에서는 주로 야구 영상을 본다. 특히 일본 포수들의 플레이나 훈련을 참고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다림은 이성우에게 익숙하다. 긴 기다림 속에 그는 긴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광주에 있는 가족들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선다. 아내(나보리씨)와 여섯 살, 네 살인 두 아들이 눈에 밟히는 이성우다. “(아이 둘을 혼자 돌보는) 아내가 제일 힘들죠. 유치원 개원도 연기됐고, (광주)집에 전혀 안 가는 건 아닌데, 조심스러운 시기이니까요. 광주에서 가서도 그냥 집에서 아이들과 있습니다.”
두 아들은 아빠가 야구선수인 걸 잘 알고 있다. TV 중계를 통해 아빠 얼굴을 만나기 때문이다. 둘째 준휘는 아빠 이름도 야구선수로 알고 있다. “첫째(찬휘)가 둘째한테 장난으로 아빠 이름이 야구선수라고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집에 갈 때마다 아빠 이름은 이성우라고 말해준다.” 이성우는 껄껄 웃었다. 아들 생각만 하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아빠 미소다.
↑ 두 아들의 아빠 이성우는 빠른 개막을 바란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들들이 아빠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야구이기 때문이다. 사진=안준철 기자 |
덤으로 얻은 불혹의 시즌, 자신이 프로 생활을 시작한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