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판데믹 속에서는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마저 2월에 산 델타항공 주식을 지난 주 대거 매도할 정도로 투자 고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진출처 = 지난 1월 버핏회장 CNBC 인터뷰 영상] |
↑ 이번 주 뉴욕증시 하락폭. 미국 나스닥의 은행 주가를 종합한 KBW은행지수가 11%가까이 급락했다. [데이터 그래픽 출처=FactSet·월스트리트저널(WSJ)] |
↑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은 "위기는 기회"라면서 "흥분했을 때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흥분을 차갑게 식혀라"고 한 말로 유명하다. 버크셔헤서웨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오는 5월 2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블룸버그] |
지난 2월 말만 해도 버크셔헤서웨이는 델타항공 주식을 '매수' 했다. 2월 말은 코로나19로 미국 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하던 때다. 버크셔헤서웨이는 "델타항공 주식 총 4530만 달러(약 536억 80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달 27일 SEC에 보고했다. 회사는 델타항공 주식 97만6000주를 1주당 평균 46.40달러에 샀고, 그 결과 델타항공 지분이 11.2%(총 7190만주)로 늘어났다. 당시 매수는 버크셔헤서웨이가 별다른 투자 없이 현금성 자산만 쌓아뒀다가 간만에 시장에 나선 것이라서 더욱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버핏 회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한 기업 주식을 구매 후 장기 보유하는 '가치 투자자'다. 회장은 항공 산업과 소비재, 금융 부문 기업을 선호해왔다. 이를 반영하듯 버크셔헤서웨이는 미국 대표 항공사인 델타·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대주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버핏 회장은 "남들이 욕심낼 때 공포심을 가지고, 남들이 공포를 느끼면 욕심을 부려라"는 투자 조언으로 유명하다. 앞서 지난 1월 24일 버핏 회장은 CNBC인터뷰에서 중국발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하락에 대해 "주가 급락은 좋은 일이다. 좋은 회사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면서 "주식을 살 때는 그 회사가 10~20년 뒤 시장에서 어느 위치에 있을 지 생각해보고 사라"고 조언했었다.
이 조언을 감안하면 항공사 기업 가치에 대한 버핏 회장의 판단이 한달 여만에 뒤바뀐 셈이다. 미국 항공사들은 중국발 코로나19에 따른 각 국 정부의 하늘길 봉쇄조치와 관광 수요 급감로 연이어 주가가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이 파산 위기에 놓인 항공사들에 대해 정부가 지분을 인수하는 식의 구제 방안을 들먹였을 정도다.
↑ `월가 투자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미국에 25억 달러를 베팅했다"면서 주식을 사들였다. 회장은 월가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과 경쟁한 대표적인 억만장자다. [출처 = 블룸버그] |
애크먼 회장은 지난 달 23일 블룸버그TV인터뷰에서 "미국에 25억 달러를 베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전부 롱포지션(We are all long)"이라면서 "지금은 주가가 왜곡됐다고 본다. 우리는 미국 경제가 크게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나라에 베팅했다"고 말했다. 롱포지션은 통상 선물·옵션 시장에서 '매수' 입장에 서는 것을 의미하지만 일반 주식시장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애크먼 회장이 이끄는 퍼싱스퀘어캐피털은 3월에 구매한 주식은 25억 달러를 넘어 26억 달러(우리 돈 약 3조 2136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글로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버크셔헤서웨이, 글로벌 호텔체인 힐튼, 미국 헬스케어 관련업체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건축자재·인테리어 유통업체 로우스 주식 등을 사들였다.
애크먼 회장도 똑같은 입장만 보인 것은 아니다. 회장은 지난 달 블룸버그TV인터뷰에 앞서 같은 달 18일 CNBC인터뷰에서 "지옥이 오고 있다"면서 "한 달 간 뉴욕 증시 거래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었다. 당시 3월은 9일과 12일, 16일, 18일에 걸쳐 총 네 번 뉴욕증권거래소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사상 최악의 폭락세를 기록한 때다.
올해 1분기 퍼싱스퀘어캐피털의 주식 매매도 정반대였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벅스 주식이다. 퍼싱스퀘어캐피털은 지난 2018년 9억 달러를 들여 스타벅스 전체 지분의 1.1%를 사들였다가 올해 1월 31일 전부 내다팔았고, 3월에는 스타벅스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1월 말은 코로나19가 후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중국 내에서 급속히 확산돼 스타벅스가 중국 매장 4300여 곳 중 절반을 폐쇄한 때다.
◆ '격변의 코로나 장세' 美 투자·경제고수 발언도 제각각…로저스 vs 므누신
↑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두고 로저스 회장(왼쪽)과 므누신 장관(오른쪽)은 정 반대 입장이다. [출처 = 트위터·CNBC] |
비관론으로는 '북한 투자 대박론'으로 유명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난 1일 블룸버그통신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 안에 내 생애 최악의 베어마켓(bear market·하락장)이 올 것"이라는 비관론을 냈었다. 회장은 "(정부와 연준의 기업 대출지원 때문에) 어마 어마한 기업 부채가 더해지고 있다. 높은 수준의 부채와 매우 낮은 금리 조합은 매우 큰 위험"이라고 한 후 매수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관광·운송·항공, 농업 분야 기업 주식 매수 시기를 재고 있다"고 한 바 있다.
같은 날 휴 짐버 JP모건 글로벌 시장 전략가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금 주식을 사는 것은 너무 이르다(It's too early to buy stocks)"는 입장을 냈다. 그는 주식보다는 채권을 언급하면서 "단기 변동성이 큰 장에서 여전히 일부 채권 수익률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로서는 1~2년이 좋은 (채권시장)진입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긍정론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달 13일 므누신 장관은 CNBC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판데믹 사태에 대해 "지금은 가장 최고의 투자 기회일 것"이라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하겠다"고 했다. 장관은 투자자들을 향해 "내가 1987년 충격과 2008년 위기로 주가가 떨어졌을 시점에 주식을 산 사람들을 쭉 봐왔다. 그 결과는 당신들도 잘 알 것"이라면서 시간이 지난 후 주가가 오히려 더 올랐음을 강조했다. 이어 같은 달 15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는 "올해 후반 큰 반등이 있을 것(big rebound)"이라고도 했다.
↑ 지난 달 2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NBC인터뷰에서 "좋은 반등이 올 수 았다"고 말했다. [출처 = NBC인터뷰 영상 캡처]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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