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등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빌려 출퇴근시 사용하다가 사망한 A(58)씨의 유족들이 DB손해보험(대표이사 김정남)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상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생전 A씨는 4종류의 DB손해보험의 보험상품(▲무배당 프로미라이프 100세 청춘보험 ▲무배당 프로미라이프 스마트건강지킴이 보험 ▲무배당 프로미라이프 꼭 필요한 암보험 ▲무배당 프로미라이프 내생애 첫 건강보험) 총 4건에 가입해 한달에만 약 8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해왔다. 때문에 이번 사고로 A씨의 유족은 약 8억5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DB손해보험측은 사망보험금 지급 건을 전부 거절했다. A씨가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아 통지의무 및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와 같은 이륜자동차이기 때문에 위험소지가 있어 보험사에 이를 통지해야한다는 논리다.
이에 유족들은 최대시속 16km의 전동킥보드를 통상적인 의미의 이륜차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김선희 재판장·정금영 판사·임미경 판사)의 경우 이를 인정해 보험사가 8억5000만원과 지연손해로 인한 이자 15%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이정석 재판장·손병원 판사·방웅환 판사)는 전동킥보드 역시 도로교통법상 이륜차로 해석할 수 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유족들은 이에 바로 상고했으나 상고심은 재판부(권순일 재판장·이기택 재판장·박정화 대법관·김선수 대법관)에 의해 기각됐다.
결국 A씨의 유족들은 A씨가 매달 80만원씩 보험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한 푼의 사망보험금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몇천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억울한 나머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를 올리는 것도 고민해봤지만 보험사로부터 추가 소송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DB손해보험이 이같은 소송을 치뤘음에도 불구, 전동킥보드를 고지할 수 있는 어떠한 절차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경 디지털뉴스국의 취재결과 DB손해보험의 건강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는 물론 콜센터 직원까지 "일정한 대여료를 받고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전동킥보드까지는 보험사에 알릴 필요가 없다"라고 답했다.
DB손해보험의 건강보험 약관 역시 '이륜차를 사용시 통지할 의무가 있다'라고는 명시하고 있으나 이륜차에 전동킥보드가 들어간다고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즉 A씨와 같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상품에 가입했다가 전동킥보드 운행을 이유로 막상 필요시 보험금은 받을 수 없는 구조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판결이 확정됐지만 DB손해보험 역시 도의적 책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또 재판부의 판결 역시 실정에 맞지 않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과 학계, 보험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동킥보드의 경우 별다른 면허없이 도로가 아닌 공원에서 어린이들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잦은데다, 통상적인 의미의 이륜자동차와 같은 무게의 통지 및 설명의무를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금융법 관련 학계 한 유력 관계자는 "판결이 확정돼 이제 전동킥보드에 의한 사망사고는 가입자가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했더라도 보험금을 일체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전동킥보드에 대한 고지의무조차 보험사가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어 이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같은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서 이례적인 입장을 표명, 관련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전동킥보드를 '이륜자동차로 해석' 했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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