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30년 넘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드물던 급매물이 점점 늘어나면서 실거래가가 3억~4억원씩 하락했다. 매도자는 최근 실거래가보다 더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는 추세다. 30억원 넘는 초고가 주택들은 종전 최고가보다 20% 하락한 가격에 손바뀜되고 있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가 시행된 12·16 대책을 계기로 잔뜩 위축된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충격파까지 겹치면서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연일 가격이 상승하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단지들이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난 1월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14일 개포우성2 전용 127㎡는 종전 최고가(34억5000만원)보다 5억원 낮은 29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1984년 건축돼 재건축 투자 대상인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호가가 35억원까지 치솟았었다.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반포주공1단지(106㎡)는 지난 1월 말 종전 최고가 39억5000만원보다 5억원 이상 낮은 34억원에 손바뀜된 것이 최근 신고됐다. 지난달에는 38년 차 대치 한보미도(전용 84㎡)가 종전 최고가보다 4억원 내린 22억원에 거래됐다. 이 물건은 다주택자가 싸게 처분한 물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 한보미도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12·16 대책으로 보유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는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물건을 내놓고 있다"면서 "지금은 1~2개월 내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22억원대 매물이 2~3개 나와 있다"고 했다.
재건축 매물의 하락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보유세 증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공포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재건축 물건부터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종합부동산세는 6월 1일을 기점으로 보유 주택 수를 가지고 책정한다. 또한 10년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완화 기간이 6월까지다.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고, 주택 보유로 인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재건축 물건부터 하락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세무사)의 가상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조정지역 내 2주택자는 1주택 보유 때보다 4배 이상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에 살고 은마아파트(84㎡)를 투자용으로 보유한 사람은 지난해 보유세를 3200만원가량 냈지만 올해는 두 배 가까운 61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아크로리버파크 한 채만 갖고 있다면 올해 1300만원만 내면 된다.
30억원을 웃돌던 초고가 아파트도 실거래가가 종전 최고가 대비 20% 가까이 폭락하고 있다.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124㎡)도 지난달 7억6000만원이나 하락한 2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그 외에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타워팰리스도 5억원가량 낮게 손바뀜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 충격으로 집값이 하락할 때 가장 먼저 신호가 오는 곳이 고가 아파트다. 많이 오를수록 많이 떨어진다. 고가 아파트 충격은 강남, 그 외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다"고 했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강남 고가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실거래보다 높아지
급등하는 공시가격 인상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청원은 31일 오후 4시 현재 3700명가량이 동의한 상태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