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상 남자인 트랜스젠더, 즉 성전환자를 성폭행했다면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 나왔습니다.
성전환자에 대한 법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파장이 예상됩니다.
김경기 기자입니다.
【 기자 】
58살 김 모 씨는 30년 전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꿨습니다.
지난해 말 김 씨는 신 모 씨로부터 성폭행당했고, 검찰은 신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애초 검찰은 김 씨가 호적상 남자이기 때문에 강간죄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재판부와 협의를 거쳐 주거침입과 강간 혐의로 신 씨를 기소했습니다.
법원도 강간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부산지법은 "피해자는 주민등록상 남성이지만 30년 이상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성으로 살았기 때문에 강간죄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부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96년 6월 재판에서 성전환자는 강간죄 대상으로 규정된 '부녀', 즉 여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부산지법의 판결은 대법원 판단과 배치되는 첫 판결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현행 형법은 강간죄의 피해자를 '부녀자'로 규정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법 개정을 포함해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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