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허경민(30·두산)의 2020년 스프링캠프는 조금 특별했다. 1군이 아닌 2군 선수들과 몸을 부대끼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스무 살의 허경민을 되돌아본 그는 각오를 다졌다.
1월 코뼈 골절로 1군 캠프에서 제외된 허경민은 지난 2월 15일 2군 선수단과 대만 가오슝으로 출국했다.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1군 2차 캠프(일본 미야자키)에 합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허경민은 가오슝에 잔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동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2군 캠프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화한 그는 10일 귀국했다.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2일 1군 선수단에 가세했다.
↑ 허경민은 2군 캠프를 마치고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한 1군 훈련을 소화했다. 사진(서울 잠실)=이상철 기자 |
보고 싶던 동료들을 다시 만나자 허경민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2군 캠프에 다들 후배뿐이어서 ‘선배님’ 호칭이 어색했다. 오늘 잠실구장에서 (1군) 선배들을 만나니까 반갑다. 그런데 다들 반겨주면서 티를 안 내더라”며 웃었다.
그래도 3주 이상 구슬땀을 흘렸던 2군 선수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예비 프리에이전트(FA)로서 올해 잘해야 하는 이유도 생겼다. 2군의 도움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잘해야 한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허경민은 “2군 캠프를 잘 다녀왔다. 10년 만인 것 같은데 스무 살 때 내 모습이 생각나더라. 열악한 환경에도 젊은 선수들이 활기 넘치고 열정적으로 운동하더라. 다들 밝으면서 더 배우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2군이 나를 위해 정말 많이 도와줬다.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올해 내가 진짜 잘해야 한다. (2군 캠프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1군에서 꾸준히 뛰는 게 꿈인 2군 선수들이다. KBO리그 통산 929경기를 뛰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나 경험한 허경민은 누구나 닮고 싶은 선배다. 허경민도 본보기가 되기 위해 솔선수범하며 훈련했다.
↑ 허경민(왼쪽)은 2군 캠프를 마치고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한 1군 훈련을 소화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힘들어도 무조건 버텨라.”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야구에 대한
허경민은 “(다들 그 시절 나보다 재능이 뛰어난 만큼) 더 빨리 잠실구장에서 만날 것 같다. 앞으로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한 야수들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