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화려한 데뷔를 노렸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초라한 성적을 받아든 채 중도 하차했습니다.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견제했는데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슈퍼화요일에 경선을 치른 14개 주 중 텍사스 등 최소 9곳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대약진하자 조기 퇴장을 택한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현지시간으로 오늘(4일)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를 패배시키는 건 가능성이 제일 큰 후보 뒤에서 뭉치는 데서 시작한다고 언제나 믿어왔다"면서 "어제의 투표로 그 후보는 내 친구이자 위대한 미국인인 조 바이든이라는 게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경선 하차 선언은 슈퍼화요일 경선 하루 만입니다.
당초 블룸버그 전 시장은 슈퍼화요일 경선부터 뛰어들어 초반 성적이 부진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압하고 중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었으나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경선이 치러진 14개 주 가운데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승리를 안긴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미국령 사모아에서 승리 소식이 전해지기는 했지만 주(州)가 아닌 데다 대선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 아니어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같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초반 경선의 부진을 털어내고 슈퍼화요일에 승자로 부활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TV와 라디오 광고 등에 지금까지 5억6천만 달러(한화 6천600억 원)를 쏟아부었으나 득표로 연결하지는 못했습니다.
CNN방송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에 이어 억만장자 톰 스타이어가 2억1천만 달러를 썼고 다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각각 6천만 달러와 5천500만 달러를 썼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천600만 달러를 광고에 집행했습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슈퍼화요일 경선을 치르는 14개 주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2억3천400만 달러로 다른 민주당 주자들의 10배 이상이라고 CNN은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돈으로 표를 산다'는 다른 주자들의 불만과 비판이 거셌습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하차 가능성은 개표가 한참 진행 중이던 전날 저녁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AP통신을 비롯한 미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 블룸버그 전 시장이 경선 레이스를 지속할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초반 4개 주 경선을 건너뛰고 슈퍼화요일로 직행한 블룸버그 전 시장이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상은 지난달 TV토론부터 나왔습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월 1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성차별 의혹 등으로 맹공한 데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위권을 맴돌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네 번째 경선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압승하고 같은 중도 성향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명 이상의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난립하던 지난해 11월 24일 경선 레이스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그의 재산은 534억 달러(63조 원) 규모로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미국 부자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